[서울파이낸스 김희정기자] 최근 금융감독원이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생명보험사 '빅3'에 대해 영업정지와 대표이사 제재 등 중징계를 내리면서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간 재해사망보험금(이하 자살보험금)을 둘러싼 이른바 '10년 전쟁'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여전히 뒤끝은 개운치 않다. 이번 제재는 이제까지 보험사가 보험금 미지급으로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보험사가 애초 약속한 보험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한 것이다.

물론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를 불러온 근본적인 책임은 소비자와 약속을 저버린 보험사에 있다. 그러나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강행했다는 점에서 금감원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수는 없다.

대법원의 판결(민법)과 이번 중징계 결정(행정제재)이 사실상 별개로 논의됐기 때문이다. 신의성실의 기본 원칙이 제재 사유라면 금감원이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를 좀 더 빨리 종결지었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지난 2015년 감사원의 금감원 감사 결과 자료는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에 대한 금감원의 안일한 대처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감사 결과 자료는 "2007년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났을 때 금감원이 나서 자살보험금 약관을 개정하고, 보험금 지급실태를 조사해 적정한 조치를 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2007년 당시 자살보험금 사태를 전반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2010년 4월 뒤늦게 자살을 재해사망보험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표준약관을 개정해 그 기간 동안 불합리한 자살보험금 계약 102만여 건이 추가로 체결됐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향후 불합리한 보험상품이 판매되지 않도록 보험상품 심사·검사를 철저히 하겠다"고 해명했다. 자살보험금 사태 책임에서 금감원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사실상 자인한 셈이다.

자살보험금 약관이 처음 만들어질 당시 이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고, 자살보험금 미지급 문제를 알면서도 방치했다는 점에서 '금감원 책임론'을 지적하지 않고 넘어갈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미 금감원은 지난 2013년 동양 사태, 2014년 카드정보 유출사고 등 사후약방문식 대처로 비난을 받아왔다. 또 그에 따른 피해는 항상 선량한 소비자 몫이 됐음은 새삼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언반구 사과나 반성 없이 금융사들을 비판하는 데만 열을 올리는 모습은 최대한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의도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그렇게나 강조하던 '무신불립'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을 향한 보헌업계 안팎의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다. 이번 사태로 비롯된 금감원의 처지는 금감원 스스로 초래한 결과인 만큼 외부 비판이나 사실여부에 대해 명확히 밝히고 감독기관으로서의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그것이 감독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갖춰야할 기본적인 예의라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