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수'라던 실손보험 간편청구시스템 '물거품'
'묘수'라던 실손보험 간편청구시스템 '물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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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서지연기자] #. 회사원 박모씨는 5년 전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다. 다달이 3만원이 넘는 보험료를 내고 있지만 박씨는 단 한번도 보험료를 청구해본 적이 없다. 여러 번 병원에 다니긴 했지만, 병원비가 소액이다 보니 매번 번거롭게 여러 서류를 팩스로 보험사에 보내야 하는 탓에 아예 보험금 청구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직장생활 하다 보면 시간 내기 힘들어 소액 보험금 청구를 안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던 병원에서 직접 보험사에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하는 간편청구 방안이 아직도 지지부진하다. '묘수'로 제시된 제3의 중개기관이 병원 업무를 대행하는 방안도 사실상 잠정중단된 상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법 위반 논란에 막혀 진전을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 묘수로 떠오른 실손보험 자동 청구 방안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화재·동부화재·현대해상 등은 벤처기업인 지앤넷(G&NET)과 실손보험 전산 청구를 위한 업무 처리 방법과 일정 등을 조율한 뒤 시스템 개발에 착수해 서비스를 할 방침이었지만 여전히 이렇다할 진전이 없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지앤넷과의 교류는 사실상 잠정 중단된 상태"라며 "비급여 코드화나 의료법 저촉문제 등의 문제가 해결이 전제돼야 보험금 청구 자동화가 제대로 이뤄질 것"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앤넷 관계자는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결제받는데 시간이 걸려서 지연됐을 뿐"이라며 "지난해 말에는 메리츠화재와 협약을 맺는 등 보험사들과의 협의는 계속 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KB손해보험은 계열사인 KB카드와 손잡고 독자적인 방안을 내놨다. KB손보는 이달부터 실손보험상품 가입자가 KB국민카드로 병원비를 결제하는 경우, 실손의료비 보험금을 자동 청구할 수 있는 안내 서비스를 실시한다.

이 서비스에 가입된 KB손해보험 고객이 KB국민카드로 병원에서 의료비 결제 시, 자동으로 KB손보 가입정보 및 보험금 청구방법이 기재된 안내문자가 발송되는 방식이다. 다만 KB카드 이용 고객에 한해서만 제공되는 서비스라는 한계가 따른다.

실손보험 간소화 청구방안이 이처럼 지지부진한 이유는 의료법에 저촉되는데다 업계 간 이해관계도 첨예하는 등 걸림돌이 많기 때문이다.

의료계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주 수익원인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심사 및 표준화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청구 대행을 통해 업무가 느는 반면, 정보전달 누락 시 의료계는 오히려 책임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비급여 부분은 최신 의료기기 여부나 판단 능력에 따라 비용에 차등이 있을 수밖에 없어 비급여 표준화 및 심사는 불가능하다는 게 의료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보험사들도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그동안 청구되지 않던 소액건들이 다수 유입되면 보험금 지출이 늘어 손해율이 높아질 수 있어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이다.

금융당국은 결국 새로운 대안을 내놨다. 금융위원회, 보건복지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실손의료보험 제도 개선 방안' 발표에서 올해 상반기 중 개별보험사들이 온라인 어플을 개발해 모바일 앱을 통한 청구 서비스를 시작하고, 보험사 홈페이지에선 회원가입 절차 없는 청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자체적으로 모바일 앱을 통한 청구 서비스를 진행하는 곳도 있지만, 중소형사 중에는 실시하지 않는 곳도 있어 모든 보험사들이 진행토록 한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앤넷과의 협업은 보험사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건"이라며 "올해 상반기 중으로 모바일 앱으로 청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보험사들까지 모두 서비스를 실시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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