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앙꼬 없는 찐빵 '카드다모아'
[기자수첩] 앙꼬 없는 찐빵 '카드다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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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윤호기자] '금융상품한눈에'와 '보험다모아' 서비스 성공에 취한 것일까. 금융당국이 주도하고 여신금융협회가 기획한 '카드다모아' 서비스가 출시 열흘도 안 돼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여신협회는 지난달 23일 협회 공시실 사이트에 전업 카드사 8곳의 신용 및 체크카드 상품의 정보를 비교해 조회할 수 있는 '카드다모아' 서비스를 개통했다.

이는 모바일 환경이 보편화한 상황에서 한해 어림잡아 수백 개가 넘게 쏟아지는 카드상품을 인터넷으로 쉽게 알아보고 비교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들의 선택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여신협회가 무려 9개월간의 짧지 않은 준비과정을 거쳐 '카드다모아'서비스를 선보였지만, 소비자를 진지하게 고려한 흔적은 찾아 보기 어렵다. 카드사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했다는 혹평도 들린다. 장고(長考)끝에 나온 악수(惡手)이자,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우선 접근성이 떨어진다. 네이버나 다음 등 어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도 '카드다모아'는 검색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카드다모아' 서비스를 인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신협회 홈페이지에 들어가고, 공시 사이트를 클릭해야 하는 등의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가능하다.

도드라진 차별화성도 없다. 이미 민간업체들이 자리를 잡은 상황에 후발주자인 '카드다모아'가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선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해야 하지만, 공시된 카드도 전업 카드사 8곳의 신용·체크카드 상품 3개씩 총 48개 수준인 데다 혜택도 단편적으로 명시돼 있어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공시기준이 자의적이다. 여신협회는 공시되는 카드 결정권을 개별사가 선택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현재 입소문이 난 이른바 '알짜카드'는 공시대상에서 빠져있다. 이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보다는 카드사가 팔고 싶어 하는 상품만 걸어놓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같은 문제점이 연이어 지적되자 여신협회는 뒤늦게 서비스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에 링크하고, 포털 사이트에서도 검색이 가능하도록 개선한다는 것이다. 또 상품 다변화를 위해 제품군을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덧붙였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공시기준에 대해선 여전히 카드사에 맡긴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때문에 설사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소비자보다는 카드사를 위한 서비스라는 한계를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카드 서비스 이용자들이 정보를 얻기위해 지금처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전전하는 상황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금융당국이 밝힌 금융상품한눈에와 보험다모아의 일평균 방문자는 4000명을 넘는다. 공신력 있는 서비스가 신뢰는 물론 소비자 편의성측면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물론 여신협회는 카드사등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이다. '카드다모아'가 제기능을 못하는 구색맞추기기식 서비스가 된데는 회원사인 카드사들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말해 카드사들이 소비자 입장에서 '속시원한' 서비스를 지원받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이득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면 이는 좁은 소견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이 왜 소비자들에게 '무제한적인' 정보 제공을 꺼리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어렴풋이나마 짐작은 간다. 하지만 넓게 보면 '담합'이나 다름없는 '은밀한 경쟁'을 언제까지 장사의 수단으로 삼을 요량인지 의구심이 든다.

더구나 지금이 어느때인가. 대다수 카드 소비자는 은행이나 보험소비자와 겹쳐 있다. 최소한 정보는 공유되고 있다. 그런데 "카드만 왜?"라는 소리를 들어야 할까. 이 점이 부분적으로는 손실이라고 하더도 크게 보면 득이되는 길을 선택해야 하는 명료한 이유다. 나무 하나 하나에 집착하다 숲을 잃는 우를 범할 수 있는 이치와 같다.

악수(惡手)는 호수(好手)로만 만회할 수 있다. 찐빵엔 팥이 들어가야 제맛이 난다. 이제라도 '카드다모아'가 본래의 취지를 살려 소비자를 향해 활짝 열린 서비스로 재탄생함으로써 카드업계의 위상과 이미지를 높이고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카드업의 영향력과 파이를 키우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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