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Q-증권株] 증권사들 '치솟는' 채권금리에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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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대금 감소 겹쳐 '2중고'…NH투자證 '홀로 선방'

[서울파이낸스 차민영기자] 저금리 기조를 타고 짭짤한 채권운용 수익을 올려 온 증권사들이 4분기 직격탄을 맞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가팔라질 것이란 관측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손에 쥔 채권 가치가 곤두박질치면서 주요 증권사들의 영업이익도 전분기 대비 500억원 넘게 쪼그라들 것으로 관측됐다.

▲ 주요 증권사 4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실적 추정치. 단위: 억원, %. (자료 = 에프엔가이드)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6곳(대신·삼성·키움·메리츠종금·NH투자·한국금융지주)의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총 3702억원으로 전분기의 4229억원에 비해 527억원이나 줄었다. 다만, 지난 12월 합병을 완료한 구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비교가 불가해 집계서 제외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4분기 증권사들의 실적이 전분기 대비 큰 폭으로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채권상품운용 수익이 쪼그라든 가운데 트럼프발 변동장세로 투자심리까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차별화된 기업금융(IB) 서비스를 선보인 NH투자증권과 채권 듀레이션 관리에 나선 삼성증권 등은 경쟁사 대비 선방했을 것으로 기대됐다.

4분기 증권사들의 발목을 잡은 최대 요인은 채권금리의 급등이다. 통상 채권금리는 채권가치와 반비례 관계에 있기 때문에 금리가 높아지면 채권가치는 낮아진다. 실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작년 9월30일 1.247%에서 최고 11월24일 1.811%로 50bp(0.01%p) 넘게 뛰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상승장 포지션을 유지하던 증권사들이 금리가 급등하는 구간에서 큰 손실을 봤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증권사들의 채권평가손실에 따른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고서도 나왔다. NICE신용평가는 1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시중금리가 빠르게 상승했다"며 "시중금리 상승으로 인해 채권 보유비중이 높은 증권회사들의 채권평가손실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대로 채권 보유량이 비교적 적었던 삼성증권은 타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증권이 보수적 듀레이션(투자자금 평균 회수기간) 관리로 채권평가손실에 대한 부담이 경쟁사 대비 적었을 것으로 관측했다. 업계 한 관계자도 "삼성증권은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서 생각보다 손실 폭이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부담으로 국내 증시가 힘이 빠진 것도 증권사 4분기 발목을 잡았다. 거래대금 감소 시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가 감소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와 '최순실 국정개입' 논란 등으로 국내외에서 각종 변수들이 등장한 까닭에 증시 포함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시장 중론이다.

실제 이날 한국거래소 주식통계를 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친 4분기 증시 거래대금은 하루 평균 6조9880억원으로 지난 2014년 4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길원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전년 동기 및 직전 분기 대비 10% 이상 (증권사들의) 위탁수수료 수익이 줄어 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부진한 증권업황 속에서도 NH투자증권은 IB 실적에 힘입어 유일하게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낼 것으로 관측됐다. NH투자증권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666억원이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여의도 파크원 관련 인수주선 수수료 약 200억원과 동양매직 딜 관련 이익 약 250억~300억원이 4분기에 반영될 것"이라며 "구조조정 비용과 채권평가손실 부담을 상당부분 상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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