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기자] 최근 읽은 책을 보면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착한' 리더다. 그의 유년시절부터 금감원장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진 원장의 공직자로서 솔선수범과 충직한 면모를 몇 가지 에피소드로 소개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당시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었던 그가 정책금융공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박근혜 정부 이후 정책금융의 효율성이 강조되면서 2015년 초 정책금융공사는 산업은행과 흡수 통합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사장으로 부임해도 임기 1년을 보장 받을 수 없었다.

더구나 정책금융공사가 산업은행에 흡수되는 입장이어서 내부에서 심각한 갈등이 나타날 조짐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라도 피하고 싶었을 자리를 진 원장은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장이 된 그는 조직의 안정을 위해 각 직급을 대표하는 직원들과 일일이 면담을 갖고, 세 차례에 걸쳐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시름을 덜어줬다. 이를 통해 진 원장은 부임 2개월 만에 노사간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정책금융공사 재임기간 진 원장이 보여준 '착한' 리더십이 최근 변호사 채용비리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금감원에서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처음 불거진 채용비리 논란은 벌써 4달째 수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2월 내부 감찰을 진행했지만 채용비리 윗선은 끝내 밝혀내지 못한 채 당시 실무자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데 그쳤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몸통은 놔두고 꼬리 자르기만 하고 있다"며 검찰에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자세한 내막이야 알 길이 없지만, 채용비리를 둘러싼 내부 소용돌이는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감원의 신뢰가 치명상을 입은 상황인데도 수장인 진 원장은 이상 하리만큼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 따지고 보면 문제는 착한 리더에 있는 게 아니라 '착한기만 한' 리더에 있다. 어떤 부하는 그런 리더를 이용하려 하고, 그걸 지켜보는 부하들은 그런 리더에 점점 지쳐간다. 사기가 떨어지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사태해결을 위한 리더십 발휘가 절실한 상황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만일 이런 조직이 금감원이라면, 그건 일개 조직의 문제라고만 볼 수 없기에 감히 드리는 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