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불안에 빚 부담·물가 올라"…가계 불황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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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성장률 전망 줄줄이 하향…3년 연속 2%대 저성장
근로자 실질 구매력 추락…쓸 돈 없어 지갑 닫는 가계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연초부터 우리 경제를 둘러싼 잿빛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정부에 이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한국은행은 지난해 우리 경제를 이끈 민간소비의 위축을 경고했다. 금리 인상 리스크에 직면한 가계 빚 부담과 정국 불안으로 멈춰진 기업 시계, 나아지지 않는 소득 여건이 맞물리면서 올해 가계의 시름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분석다.

한국은행은 13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8%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2015년 2.6%, 지난해 2.7%(한은 추정치)에 이어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2%대 저성장에 머무르게 된 것이다. 정부도 지난해 말 2017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설정한 바 있다. 종전보다 0.4%p나 낮춘 수치다.

한은이 3개월 만에 성장률을 0.3%p 하향한 배경에는 민간소비 위축 우려가 가장 컸다. 가계 소비여력이 부진한 가운데 미국 금리 인상 가속화 전망,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등으로 소비심리가 급랭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4.2로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지난해 2.4%(한은 추정치) 증가했던 민간소비가 올해에는 1.9%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가계 소득은 크게 늘어나기 어렵지만, 시장금리와 물가가 올라가면서 가계의 지출 부담은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가계금융 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미 빚을 낸 가구는 이미 가처분소득의 4분의 1을 원리금을 갚는데 사용하고 있다. 한은은 금리가 1%p 올라갈 경우 전체 가계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이 약 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은은 이날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지난 2015년 5%대에 달하던 근로자의 실질 구매력이 올 상반기 1% 중반대로 추락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장민 조사국장은 "올해 고용이 전년보다 4만명 정도 줄고, 임금상승률은 별로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물가 상승률은 높아지면서 실질 임금이 낮아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정국불안으로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아졌고,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를 늘리거나 고용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계의 경우 취약 산업 구조조정 등으로 미래 소득이 불안한데 가계부채 부담도 커지면서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번에 하향 조정한 성장률 2.5%에는 수출과 설비투자의 회복 기대가 반영된 만큼 실제 성장률이 그보다 악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벌써부터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 교수는 "탄핵 정국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투자 계획 자체를 세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한은 전망대로 설비투자가 2.5% 가량 성장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상품 수출도 플러스 전환은 되겠지만 상반기 4%대로 성장할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만큼 낙관적인 전망치"라고 평가했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달 초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설정하고, 탄핵 정국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2%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은 바 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은 각각 2.1%, 2.2%, 2.3%의 성장률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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