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원격 보건의료 관건은 공공병원과 다양한 서비스
[전문가기고] 원격 보건의료 관건은 공공병원과 다양한 서비스
  • 임진형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회장
  • ljh337@hanmail.net
  • 승인 2017.01.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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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형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회장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드론을 이용해 도서산간지역으로 의약품을 배송하는 시범사업을 발표했고, 지난해 5월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는 약국에서 약사의 대면을 거치지 않고 의약품을 살 수 있는 화상약자판기법을 통과시켰다.

의약품 드론 택배와 화상약 자판기는 서로 다른 부서, 다른 정책이지만 원격의료사업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인프라인 점에서 같은 방향성 가지고 있다.

필자는 시골에서 약국을 운영하는데 노인들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전화 거는 용도 외에 거의 사용하지 못한다. 그마저도 노안, 청력저하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거동조차 어려운 그들에게 필요한 건 스마트헬스케어서비스가 아니라 병원·약국에 좀 더 쉽게 갈 수 있는 환자이송서비스, 저렴한 진료비와 약값, 제대로 된 진료와 정확한 복약지도다.

호주에서 시행하는 원격의료의 일종인 ‘로얄 플라잉 닥터 서비스(Royal Flying Doctor Service·RFDS)’ 역시 이러한 기본 원칙을 잘 이행하고 있다. 인근 병원의 부재로 환자가 화상 응급처치를 받는 동안 의사는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 병원까지 안전하게 후송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원격으로 진료와 처방을 받고 약자판기로 투약 받는 시스템이 아니다.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데 있어 지금의 대면진료방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발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약사의 대면투약방식이 유지되는 한 원격의료는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 스마트폰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의약품을 직접 택배로 받지 않은 이상 그 효과가 상쇄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배후에는 원격의료를 차세대 먹거리로 인지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있다는 것은 최근 일련의 정책들을 보면서 쉽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 소외자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수십만원의 원격의료장비와 매달 월정액을 납부하며 원격의료서비스를 받는 것이 아니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와 지역의 거점 공공병원, 그리고 늦은 심야에도 복약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심야공공약국확대 그리고 환자이송서비스의 개선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는 전국 226개의 지자체 중 고작 38개의 공공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심야공공약국은 29개뿐이다. 심지어 국내 공공병원의 병상비율은 11%에 그친다. 반면 유럽은 공공병원의 병상비율이 90%에 달하며 미국과 일본도 35%를 넘겼다.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은 규제완화들은 결국 대량 살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메르스와 세월호를 보면서 깨달았다. 더 이상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돈벌이하려는 시도는 중단해야 할 것이며, 원격의료 이전에 공공보건의료시설의 확충과 건강보험의 보장성강화를 추진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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