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금통위, 예상대로 금리 동결…성장 전망에 '촉각'
올해 첫 금통위, 예상대로 금리 동결…성장 전망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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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인상 경계·가계 빚 부담에 年 1.25% 유지
경기 하방위험 커져…성장률 2% 중반 하향 전망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장의 예상대로 올해 첫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묶기로 결정했다. 7개월 연속 동결 기조다. 미국 금리 인상 불확실성과 함께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 빚 뇌관 등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금리 결정보다 주목되는 점은 이후 발표될 한은의 성장률 전망이다. 지난해 말 탄핵 정국과 도널드 트럼프 당선 등으로 하방 리스크들이 확대되면서 한은이 지난 10월에 제시한 2.8% 수준의 전망치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 먼저 내년 전망치를 2.6%까지 끌어내린 가운데 한은의 하향폭에 담길 경기 인식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통위는 13일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2017년도 제1차 정례회의를 열고 1월 기준금리를 연 1.25%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6월 한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이후 7개월 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부터는 금리 결정 횟수가 연 12회에서 8회로 조정된다. 올해 금리 결정은 오는 2월 23일을 포함해 7차례 남아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17년 1차 금융통화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 시장은 이달 금리 동결을 기정사실로 여겨왔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전원이 금리 동결을 점쳤다. 금통위원들의 신호도 동결로 일관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말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조그마한 충격도 시장이 크게 받아드릴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에 좀 더 역점을 둬야 한다"고 언급했고,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금리 인하의 부작용 우려와 함께 정부 재정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불확실성이 당장 금리 조정의 가장 큰 리스크다. 트럼프 당선과 미 금리 인상 가속화 전망에 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전망대로 올해 3회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현 0.5~0.75% 수준의 미국 정책 금리가 우리 기준금리 수준을 앞지르는 금리 역전 현상이 우려된다.

이미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 빚 부담 역시 금리 조정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지난해 6월 금리 인하 직후 가계부채가 크게 불어난 데다 정부 가계부채 관리 대책과의 정책 일관성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 결정은 쉽지 않다. 추가 인하가 이뤄질 경우에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으로 대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반대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에는 가계의 상환 부담이 크게 확대되고, 소비여력을 짓누를 수밖에 없어 금통위로서는 최대한 미루고 싶은 카드가 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금리 인상 우려와 함께 우리 시장금리도 상승하는 점, 물가가 회복되는 모습인 점 등은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만한 요인"이라면서도 "워낙 경제 불확실성이 크고 경기 부진이 심화된 상황인 만큼 경기 회복세를 유지하는 증거들이 나올 때까지 한은은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당분간의 동결 결정에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시장의 관심은 이날 발표될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에 쏠려있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전망치를 2.8%로 제시했으나, 이후 트럼프 취임, 탄핵 정국 등으로 통상 환경 급변과 소비심리 위축 가능성이 커졌다. 이 총재도 지난달 금통위에서 "지난 10월 전망 시와 비교하면 상방 리스크보다 하방 리스크가 좀 더 크다"고 언급해 전망치 하향을 시사한 바 있다.

정부도 지난해 말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6%로 대폭 하향했다. 외환위기 이후 18년 만에 전망치가 2%대로 떨어졌다. 비교적 낙관적으로 평가받는 정부 전망치가 한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우에는 올해 성장률을 2.4% 수준으로 내다봤고, 한국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등 민간 연구기관은 각각 2.1%, 2.2%, 2.3%의 낮은 성장세를 관측하고 있다.

한은의 경우 이날 경제전망에서 올해 전망치를 2% 중반 수준으로 0.2%~0.3%p 가량 하향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슬비 삼성증권 연구원은 "12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위원들이 다각적 경기 하방위험을 우려했고, 지난해 10월 전망 시점 대비 소비자심리 지수 등의 선행지표가 부진했다"며 "미 금리 인상 가속화 전망에 따른 금융·경제 불확실성 증대 등을 감안할 때 한은이 올해 성장률을 2.5~2.6%까지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통계청의 지수 개편으로 지난해 10월 소비자물가가 기존 1.3%에서 한은의 목표범위 내인 1.5%에 도달한 만큼 이날 이 총재의 물가 책임 설명회는 열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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