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동아시아의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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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국내 정치는 여전히 탄핵정국이 풀리지 못한 채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고 경제는 더 꽁꽁 얼어붙어가고 있다. 고용시장은 올해 더 추울 것이라는 예고가 나오는 가운데 중국은 사드를 빌미로 자국 산업 육성차원에서 무역장벽을 높여가고 있다.

미국은 또 중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상품에 관세폭탄을 먹일 태세다. 이미 그 폭탄세례는 세탁기부터 시작됐다. 멕시코산도 마찬가지다. 국내 기업들이 당장은 영향이 없다지만 저임금을 겨냥해 국내 노동운동을 비난하며 생산기지의 중국 및 중남미 이전을 서둘렀던 기업들이 당분간 코피를 쏟게 생겼다.

이처럼 부문 별로 벌어지는 모든 사례들보다 더 섬뜩하기는 미국 중심의 진영논리로 중국을 군사적으로도 압박하고 나선 국제정세다. 일본을 핵심 파트너로 손잡은 미국이 당장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양국 분쟁을 심지로 삼고 중국 포위전략을 펼쳐가는 마당에 이번엔 영국이 중국에 맞서 태평양에 최신예 항공모함을 두척 씩이나 파견키로 했다.

기존 미국의 중국 포위작전에 이번에는 친 러시아적인 트럼프가 취임 전부터 포위라인을 러시아까지 연장하려는 전략적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연히 중국도 군비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서 동아시아에는 차츰 전운이 뚜렷해지고 있다. 당장 전면적인 열전(熱戰)까지는 아니어도 국지전으로 시동이 걸리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럴 경우 미국 진영에서 매우 약한 고리인 한국은 가장 위험지수가 높은 나라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중국 쪽에서 보면 1차적 타격 목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00여 년 전 한반도 주변정세를 떠올려보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지금처럼 남북관계마저 경색될 대로 경색된 상황이 북한을 자꾸 중국 쪽으로 몰아가고 있어서는 대한민국이 사면초가 상태에 처하고 한반도가 전장이 되는 매우 불행한 사태를 맞을 위험 또한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적은 적을수록 좋고 친구는 많을수록 좋은데 지난 10년간 우리는 친구를 늘리는 데는 실패했고 대한민국을 향한 적대감을 늘리는 방향으로만 정책적 방향이 맞춰져왔다. 중국은 명청 시기의 역사적 관계에 입각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고 작고 만만하던 나라가 경제적으로 좀 나아졌다고 우쭐댄다는 불쾌감 또한 내면화돼 있어 보인다.

그런 나라와의 관계를 지속적이고 단계적으로 관리하는 대신 너무 급속히 친숙한 체 다가갔다가 미국 진영으로 급속히 몸을 숨기는 모습을 보였으니 중국 측에서 보자면 약 올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친숙하게 다가가기 전보다 더 분노를 불러일으켰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중국의 태도가 불쾌한 것은 불쾌한 것이지만 그동안 과연 우리의 안보를 위해 최선의 선택들을 해온 것인지 정말 면밀히 검토해봐야 한다. 이미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일 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도 너무 가까이에 있는 나라다.

우리가 군사적으로 충분히 맞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의 국방력이 세계 6위라고는 하지만 2, 3, 4위가 모두 한반도 주변에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절대로 위안이 될 수 없는 수준이다. 게다가 적은 격차로 순서가 매겨진 것도 아니다. 미국 의존도를 너무 높이다보니 독자적인 작전권도 스스로 포기했고 모든 국방의 초점은 오로지 북한에 집중돼 있어 타민족과의 군사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 대한 대비가 거의 없다.

하다못해 중국 어선들이 무단으로 한국 영해를 침범해 조업하는 데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온 한국이다. 작은 구멍이 큰 붕괴로 이어지는 이치를 한국 정부는 너무 무시하고 오로지 추상적인 대북 선제타격론으로 대국민 정보 봉쇄를 도모해왔다. 스스로 시야가 좁아서일 수도 있지만.

미국의 기술력이 무기 산업에 토대를 두고 있고 중국의 빠른 기술 성장의 바탕 또한 마찬가지인데 우린 그간 미국 눈치 보기에만 급급해 스스로의 기술 산업 토대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당장의 경제적 득실을 따지기에 바빠 방위산업의 일익을 담당하던 회사를 뜯어먹다 버리는 생선가시 취급하고 있다.

경제적 이해만을 우선시하는 시각도 있겠지만 주변 상황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위기감을 높여가고 국가의 미래가 어두워져 간다면 경제에도 결코 좋을 리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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