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계란, 대형마트 반응 '싸늘'…"가격 비싸고 신선도 의문"
미국산 계란, 대형마트 반응 '싸늘'…"가격 비싸고 신선도 의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미국산 계란 164만 개가 항공기를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수입된다. 지난 5일 로스앤젤레스 인근 한 대형마트에 전시된 신선란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정부가 미국과 스페인 등에서 계란을 수입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대형마트들이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는 수입산 계란 판매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 신선도, 물량 등에서 실효성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미국산 계란이 시중에 유통되면 한알 가격은 300원 정도에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20일을 기준으로 미국산 수입 계란의 원가는 개당 184원, 항공운송비를 정부가 50% 부담하면 76원 정도, 국내유통비는 56원 등으로 합하면 총 316원이다.

이 경우 계란 1판(30알) 가격은 9000원대 이상으로 추산된다. 대형마트 3사가 지난 한달 동안 계란 품귀현상에 가격을 2500원 가량 올린 것보다도 비싸다. 현재 대형마트 3사의 계란 한판 가격은 홈플러스 7990원, 이마트 7580원, 롯데마트 7290원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개당 250~260원대에 계란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보다 비싼 수입산을 굳이 취급할 이유가 없다"면서 "계란 품귀현상이 있지만 고객들이 구입하지 못해 불편을 겪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AI확산이 진정되는 국면에서 이동제한이 풀리고 있기 때문에 수급이 원활해지면 가격이 유지되거나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대형마트 보다는 물량확보가 어려운 일반 슈퍼나 계란 가격이 급등한 지역을 중심으로 수입산 계란 수요가 따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현재(10일) 시중에 유통되는 계란 1판의 평균 소매 가격은 9367원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 평균가(5554원)와 비교하면 68.6% 오른 수치다. 같은 기준 최고가는 수원이 1만1000원, 춘천 1만600원, 대전 1만500원 등이다. 반면 최저가는 포항 7690원, 제주 7980원으로 집계됐다.

업계는 가격에 의해 미국산 수입 계란이 공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식약처가 알가공품을 따로 수입할 계획이고 정부가 설 연휴를 앞두고 계란 1000만개를 집중 공급할 것으로 보여 식품업체들도 상황을 두고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 내 한 달걀 판매점에서 광주 북구청 직원들이 불량 달걀 유통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형마트들이 수입산 계란을 취급하는 것에 선뜻 답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에는 신선도 문제도 포함된다. 계란의 유통기한이 30일 정도인데 통관 및 검역·검사 절차에서 보름 안팎이 소요되면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유통공사는 검역과 검사 절차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통상적으로 축산물 수입검역은 18일가량 걸린다. 검역에서 3일, 식약처 검사에서 14일 정도가 소요된다.

유통공사 관계자는 "검역을 하루 안에 마치고 식약처 검사를 8일정도로 줄이면서 검역과 검사를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일(11일) 미국에서 비행기에 계란을 실으면 늦어도 12일 아침 계란이 도착할 예정이기 때문에 설 연휴 전에 시중에 공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내산과 달리 수입산 계란은 각종 농약 및 병해충 검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안전성도 높다고 강조했다. 컨테이너당 20개 계란을 깨서 노른자와 흰자의 상태, 혈액유무, 냄새·색상 등의 변이 여부 등을 조사하는데 불량이 나올 경우 컨테이너 전체 물량이 불합격 처리 된다는 것.

수입 계란에 대한 한글 표시사항 기준도 별도로 마련됐다. 한글 표시사항을 스티커나 꼬리표 등으로 반드시 부착해야 한다. 또 영문으로 된 제품명, 원재료명, 유통기한 등 일자표시에 관한 사항 등 주요 표시사항을 가려서는 안 된다. 원산지를 미표시할 경우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수입산 계란 1차 물량 164만개에 대한 것에도 실효성 의문이 제기됐다. 업계에 따르면 164만개는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계란 물량의 1% 정도라는 것. 때문에 수입산 계란이 시중에 공급돼도 현재 계란 수급 곤란을 해결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양계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계란 수입을 반대하고 있는 만큼 여론을 살피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AI 피해는 사상 최대로 국내 양계농가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양계농가가 계란 수입을 반대하고 있는 입장에서 선뜻 판매에 나섰다가 불매운동 등이 생기면 어떻게 감당하느냐"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정부는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인해 계란 수급이 어려워지자 지난 9일 신선란과 알가공품을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신선란의 경우 미국산 계란 164만개를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2014년에도 미국에서 신선란을 수입한 적 있었는데 이는 식용이 아닌 시험용으로 1판 가격이 4만원이었다. 식용 신선란을 수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