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강타할 '모압탄'
세계 경제 강타할 '모압탄'
  • 홍승희
  • 승인 2003.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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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달러 약세화를 지속할 모양이다. 미국 정부가 달러 약세화를 용인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러저러 해석이 분분하지만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은 것 같다. 경상수지 적자가 미국이 감내할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에 이를 줄여나가기 위한 선택이라는 시각이다. 미국이 감내할 수 있는 경상수지 적자 규모를 전문가들은 2천500억 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는데 이미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5천억 달러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달러는 유로당 1.2650~1.3225달러까지 하락해야 미국이 목표로 하는 적자규모 감축이 가능하다. 따라서 그때까지 미국 정부는 달러 가치 하락을 방치할 것이라는 예상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게 단순히 미국이 자국의 경상수지 적자 감축만을 목적으로 선택한 전략인지는 불분명해 보인다. 그보다는 오히려 향후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에 도전할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유로화의 위력을 초기 진압함으로써 달러의 위력을 지속시켜가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현재 미국의 세계화 전략 자체가 다방면에서 매우 공격적인 선택의 연속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보다 세계전략적인 해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미 과거에 달러화에 조금 위협이 된다 싶었던 독일 마르크화나 일본 엔화가 미국의 금융공세로 사실상 초토화된 사례도 있는 판이니 그보다 강력한 도전자인 유로화가 미국 달러화의 보다 무자비한 공격 대상이 된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다. 이미 유로화는 달러 약세 현상으로 타격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같은 경우 환율이 1차적으로 달러화에 연동되어 움직이기 때문에 유로화에 비하자면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달러 약세가 지속되고 그 여파로 세계 경제가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린다면 한국경제도 무사하리라고 장담할 처지는 아닐 것이다. 미국의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경우 당장은 미국 경제를 부양시키는 효과가 클 것이다. 수출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을 촉진하고 수입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고 미국 기업들의 수익구조도 개선될 것이다. 또 통상적으로 환율변동의 영향이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파급되는 1년이라는 시차를 감안하면 달러 약세의 효과는 이제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향후 미국 경제 회복을 이끌어낼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동시에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의도적인 인플레를 유도함으로써 잠재적인 디플레 압력 차단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 회복이라는 이런 긍정적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런 효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지가 문제다. 금융의 역할은 어차피 경제의 보조적 기능 이상이 아니다. 경제 펀더멘털은 금융정책을 통해 강화되는데 한계가 뚜렷하다. 오히려 금융을 경제 활성화의 주된 수단으로 선택했다가 금융시장 자체를 혼란에 빠트릴 위험성이 더 크다. 미국은 현재 막대한 세계 금융자본을 자국내에 끌어들여놓은 상태다. 달러 약세가 지속된다면 이 금융자본들의 미국시장 이탈 현상이 초래될 수도 있다. 세계 금융자본의 엑소더스가 진행된다면 그 혼란이 단지 미국 금융시장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산업은 탄탄한 기반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또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을 갖고 있어서 미국 정부 입장에서 금융혼란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전세계 경제에 타격을 가하는 일종의 환율공세를 통한 경제전쟁이 시작되더라도 최후의 강자로 미국경제는 살아남으리라는 자신감이 현재 과감할 정도의 달러 약세화를 지속시키게 하는 동력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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