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 유치와 역차별
외국인 투자 유치와 역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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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가 외국인 채권투자 활성화 방안으로 이자소득세에 대한 소득세 원천징수의 면제를 검토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현재 투자메리트가 약한 국고채의 원활한 발행이 주목적인 듯하다. 그래서 국고국이 나서서 세제실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강계두 국고국장이 21일 ‘물가연동국고채 투자설명회’에서 밝힌 것이니 분명히 그 방향으로 진행될 터이다. 그는 해외사례를 감안해 세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어 “일본도 물가연동국고채의 경우 이자에 대한 소득세는 내지만 원금상승분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면제해준다. 이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마도 일본이 현재 취한 방식으로 추진할 모양이다. 문제는 일본이 내국인과 외국인에 대해 각기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지 여부까지 비교하는 것인지를 잘 모르겠다는 점이다. 우리의 관리들이 해외 사례를 참조할 때 지엽말단적인 사실만 전하고 그 전후의 배경을 생략하는 일이 종종 있었기에 염려가 돼서 하는 얘기다.

강국장은 이와 아울러 국고채전문딜러(PD)간 경쟁 강화를 위해 예비 PD제도의 폐지를 검토하고 있으며 우수 PD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방안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경쟁은 좋은 것이다. 경쟁 강화방안 마련도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진입장벽을 낮추고 실적 위주의 인센티브까지 부여할 경우 과당경쟁을 부를 공산이 크다.
어떻든 국고국의 바람대로 PD들까지 나서서 외국인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면 국고채 발행은 한결 순조로워지겠다. 그로 인해 국고채 발행을 지나치게 쉬운 일로 여기는 일이 생겨 후대에 더 무거운 짐이 넘겨질지는 모를 일이지만.
어떻든 외국인들의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것 자체를 두고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어차피 개방된 시장이다.

다만 전제가 돼야 할 것은 개방도가 높은 시장일수록 내외국인간 차별이 적다는 점을 늘 기억하고 형평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불이익을 줄여준다는 것 못지않게 내국인 투자자들에게 상대적 불이익이 돌아가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포함한다.
개방화 단계에서 내국인 차별이 커지면 결국 시장에 대한 주도권이 정부 통제범위를 벗어날 우려가 커진다. 굳이 증권시장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세상 모든 원리는 대개 비슷하기 마련이다. 자연의 법칙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불과 1세기만에 우리를 식민지 백성으로 만들었던 구한말의 상황을 깡그리 잊고 지내는 분위기다. 일상생활에서까지 그런 우울한 역사를 떠올릴 까닭이야 없겠지만 적어도 입법을 하고 정책을 만들고 또 집행하는 이들은 늘 그 불행했던 역사를 책상머리에 새겨두고 되새겨야 마땅하다.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막기 위해.

100여년 전 이 땅에서 벌어진 여러 비극적인 사건들 가운데 하나, 소위 개화파들이 명성황후를 앞세워 추진한 군 조직 개편이 있었다. 신식 군대를 만들어 차츰 전통 군조직을 대체해 나가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그러자면 아무런 대안도 마련할 수 없던 당시 개화파 입장에서는 후견인을 자처하던 일본의 지원이 불가피했다. 그런 곡절을 거쳐 신식군대가 조직됐다. 그리고 조선 5백년간 갖은 핑계와 방편으로 병역을 기피하던 양반가 자제들이 앞장서서 신식군대의 훈련을 받는 진보를 이뤘다. 그들이 결코 조선 왕실을 지켜줄 군대가 아니었다는 점이 문제였지만.

그런데 문제가 터졌다. 기존 군졸들에 비해 그들이 지나치게 우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 사건을 우리는 중 고등학교 과정을 통해 충분히 외웠다. 임오군란이라고.
그리고 소동 끝에 이 땅은 더욱 더 외세에 의해 춤추는 비극의 땅이 되어갔다.
그런 비극이 시장에서는 안 일어날까. 정책을 다루는 이들은 한발 한발을 늘 조심해서 내디딜 일이다. 늘 새로운 역사를 이루는 심정으로.

홍승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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