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최고위층의 강요로 기업이 특정 재단이나 기금에 출연한 돈을 무엇이라 불러야 하는가? 정부에 낸 것이니 세금과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사람들은 이를 준조세라 부른다.

언론과 검찰, 국회 청문회를 통해 '불법적인' 준조세의 실상이 낱낱이 알려졌다. 물론 분노와 허탈, 냉소가 뒤를 이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 탓인지, 이 문제의 해결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지 않아 보인다.

헌재를 비롯한 사업부의 판결과 처벌은 국민의 사회정의감을 다소간 회복시킬지는 몰라도 올바른 처방이 아니다. 불법적 준조세 사태에서 확인된 것은 개인이나 개별기업 차원의 비리를 벗어난 우리 사회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문제가 과거에도 수차례 발생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한 외신은 이러한 구조적인 부조리를 '제도화된 부패'로 부르며 근본적인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불법적 준조세의 이면에는 당사자든 제삼자든 뇌물죄의 그림자가 어른거릴 수밖에 없다. 이번 경우처럼 모두 합해 매출액 900조원의 재벌기업들로부터 권력이 독대를 통해 집단적인 모금방식의 준조세를 거둬들인 것은 5공화국의 정경유착이 부활한 느낌마저 준다.

이 멈추지 않는 거대한 부조리에 대해서는 사회구성원 전체의 각성과 감시, 그리고 혹독한 처벌 이외에는 답이 없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전면적인 제도개편에 나서야 한다. 민간에 대한 공직자의 어떠한 형태의 모금도 사실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다만 처벌 정도가 매우 약하기에, 해임과 파면은 물론 형법상 처벌규정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기업경영의 투명성 감시체계에 대한 시스템도 차제를 개선해야 한다. 기업이 내는 기부금과 성금, 후원금을 의무적으로 모두 공개할 것을 법제화해야 한다. 반면, 이들 준조세를 법인세로 전환해주면 기업의 부담도 덜고 부당한 요구를 거부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한 국회의원의 제안은 전혀 적절치 못한 처방이다.

기부금, 후원금과 동일한 액수의 법인세를 인상하겠다는 것은 이제 재벌기업만이 아닌 다른 모든 기업들도 비용을 대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한 불우이웃이나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의 소외계층에 쓰여 지도록 걷어온 선의의 기부금마저 국고로 들여보내 지역구의 선심성 사업 등에 골고루 배분하자는 불합리한 주장이다.

기업의 부담을 줄여 그 재원을 경제활성화에 쓰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부담을 항구적으로 늘리자는 것은 불법적 준조세를 없애지 못하는 변명에 불과하다. 명심하자. 불법적 준조세는 전혀 필요악이 아니다, 단지 구조적인 범죄행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