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금감원 '자살보험금' 중징계 초강수는 '압박용 카드'?
[초점] 금감원 '자살보험금' 중징계 초강수는 '압박용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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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업계, 정중동 속 진의파악 분주일부사, 금융당국 실무자와 접촉

[서울파이낸스 서지연기자] 금융당국이 자살보험금 미지급 생보사 4곳(삼성·한화·교보·알리안츠생명)에 영업권 반납과 대표이사 해임권고 등 초강력 중징계를 통보한 가운데 생보사들이 정중동 속에 진의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알리안츠생명과 교보생명은 금융당국 실무자와 만남을 갖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조치와 관련해 보험업계에서는 제재수위가 지나치다는 불만과 함께 미지급보험금 지급을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용 카드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28일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알리안츠생명 등 4개 생보사에 자살보험금 미지급과 관련해 중징계 제재조치를 통보했다.

금감원이 통보한 징계 수위는 기관에 대해서는 '영업 일부 정지에서부터 영업권 반납', CEO 등 임직원에 대해서는 '문책경고에서 해임권고'까지 포함됐다. 자살보험금 미지급에 따른 과징금 부과 계획도 들어갔다.

생보사가 보험금 미지급건으로 영업이 정지되고 CEO가 교체되는 등의 제재조치를 받은 적이 없다는 점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제재 조치다. 금감원 통보를 받은 4개사는 오는 8일까지 중징계 조치에 대한 소명자료를 내야 한다.

전례없는 금감원의 고강도 제재에 생보사들은 매우 당혹스런 눈치다. 예고된 중징계가 그대로 확정될 경우 영업중단으로 인한 실적악화는 물론 오너 경영자의 일선 후퇴, 인수합병 차질, 신사업 타격 등 내년도 경영에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의 경우 오너인 신창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야 하는 일까지 벌어질 수 있고, 알리안츠생명은 현재 금융당국이 인수 주체인 중국 안방보험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하고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이에 이들 생보사는 지급여부에 대한 입장은 고수한 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알리안츠생명과 교보생명은 최근 금융당국에 찾아가 징계수위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지급여부에 대한 입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안츠생명 관계자는 "현재까진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긴밀히 얘기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도 "금융당국 실무자와 만남을 가진 건 맞지만, 사전예고된 징계수위가 생각보다 높아 확인차 만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과 삼성생명은 금융당국과 접촉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금감원의 행정제재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게끔 유도해 합의점을 이끌어내야 하는데 무조건 압박만 가한다는 얘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사는 이번 자살보험금 사태의 화살을 피해갔지만, 향후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가 우려되는 건 사실"이라며 "현재는 정부가 쥐고있는 권한이 완화되고 있는 추세인데 자살보험금 사태를 대하는 당국의 태도는 역행하는 처사로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이 보험사들의 마지막 보험금 지급 결정을 끌어내기 위해 전략적으로 초강수를 둔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 KB국민은행 사태 당시 금감원이 징계 수위를 두고 오락가락하다가 역풍을 맞은 적이 있다"면서 "금감원 입장에선 명분이 분명하지만, 이미 대법원의 판례가 나온 만큼 무작정 밀어붙이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 보험사의 소멸시효 경과 자살보험금은 삼성생명은 1585억 원, 교보생명 1134억 원, 알리안츠생명 122억 원, 한화생명은 83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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