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상선 2M 불발'이 단순한 오보라고?
[기자수첩] '현대상선 2M 불발'이 단순한 오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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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현대상선은 사실상 아웃이다."

한 해운업 전문가는 최근 현대상선이 처한 상황을 이같이 극단적으로 표현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이후 정부는 현대상선을 세계 5위의 원양선사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현재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 처했다.

현대상선은 세계 최대 해운 얼라이언스인 '2M(머스크, MSC)' 가입을 놓고 줄다리기 협상을 벌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팽팽한 힘겨루기가 아닌 이미 승부가 2M으로 기울어진 형국이다. 자칫 2M이 손을 놓으면 주저앉게 될 상황인 것이다.

현대상선이 지난 7월 2M과 공동운항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을 때만해도 경영정상화 과정은 순항하는 분위기였다. 세부적인 논의 과정을 거쳐 조만간 가입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5개월 사이 '현대상선 2M 가입 불발'이라는 외신보도가 2~3차례 나왔다.

외신들은 2M 가입 불발의 이유로 현대상선과 한국정부를 믿지 못하는 2M 화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현대상선은 "명백한 오보"라며 반발했고, 정부와 금융당국도 '언론플레이'라며 선을 그었다.

해운업계는 이 같은 보도를 단순한 오보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2M 입장에서는 현대상선을 안고 갈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사태로 현대상선을 비롯한 국내 해운업계에 대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장기운송계약이 이뤄지는 해운시장에서 화주와 선사들 간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세계 7위 선사를 법정관리로 보낸 한국 해운업계에 대한 글로벌 화주들의 불신은 클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정부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생긴 물류공백에 2M 등 글로벌 대형 선사들의 선박을 투입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는 현대상선이 2M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놓치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정부가 2M이 유리하도록 협상판을 깔아준 셈이다.

상황은 어렵지만 현대상선은 2M에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로가 윈윈하는 가입은 사실상 힘들어졌다. 머스크는 최근 독일 선사 함부르크수드의 인수를 검토하는 등 몸집 불리기에 나선 상황. 현대상선이 2M에 가입하더라도 글로벌 치킨게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현대상선을 갖고 있던 산업은행이 한진해운을 인수했다면 2M이 필사적으로 매달렸을 것이다. 그러면 다 같이 살았을 것이다." 한 해운업 관계자는 현 상황을 이같은 안타까움으로 대변했다.

때는 늦었다. 이제라도 정부는 2M 가입에 대한 논란을 언론플레이로 치부하지 말고 한국 해운업 신뢰를 높이기 위한 명확한 인식과 대책을 고심할 때다. 현대상선이 2M에 가입한다고 한들 정부와 금융당국이 구조조정 원칙을 지켰다고 한다면 그것은 지나친 '자찬'이다.

2M 가입 불발이란 보도를 '오보'로 보기 전에 그 배경을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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