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서지연기자] 얼마 전 한 생명보험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설계사를 만났다. 그 설계사는 지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대뜸, "무분별하게 설계사를 아무나 뽑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무조건적으로 뽑아서 양을 늘려도 대다수가 금방 그만둬버리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집에 와서 곱씹어 보니, 설계사를 하라고 권유를 받았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설계사를 하고 싶은데 보험사에서 안 받아 줬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보험설계사의 진입 벽이 낮다는 얘기다. 고아계약, 철새설계사가 계속해서 양산되는 이유도 어쩌면 이때문이 아닐까 생각됐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기존의 설계사들을 교육하기보다 신입사원을 많이 뽑은 뒤 지인·친척 등을 활용해 계약건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양적인 증대를 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암묵적으로 기존 고객의 계약을 깨고 새 상품에 가입시키는 일도 다반사다. 실적에 집착하다보니 불완전판매와 같은 부작용도 적지 않다.

무분별한 리쿠르팅도 문제다. 최근 한 외국계 생보사는 설계사가 3명 이상 동시 입사할 경우 하나의 팀으로 인정하고 1년간 팀 실적에 따라 정착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심지어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던 설계사가 옮겨 리크루팅까지 하는 경우, 다시말해 다른 회사 소속의 설계사를 빼내 오면 퇴직할 때까지 매달 리크루팅 보너스를 지급하는 곳도 있다.

이같은 공격적인 영입이 영업조직 안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수많은 사례를 통해 입증됐다. 몇 년 전 외국계 생명보험사는 대대적인 경력 설계사 리크루팅을 단행했다가 오히려 큰 피해를 봤다. 수백억원대 사업비를 들여 능력 있는 설계사 영입에 나서 단기에 반짝 성과를 거뒀으나 이렇게 영입한 설계사들이 줄줄이 떠나면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자신들이 떠안아야 했다. 무리한 시책(사업비 지출)에 따른 예견된 후유증이다.

보험사들의 무분별한 설계사 영입은 장기적으로는 분명 손해다. 보험설계사들의 잦은 이직은 불완전 판매에 따른 민원 증가를 낳기 마련이다. 결국 회사의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에게까지 피해가 전가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수십년 이어진 이같은 해묵은 과제를 아직도 들먹거려야 하는 작금의 보험업계 현실이 안타깝기 짝이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문제가 있다면 끊임없이 해법을 모색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하지 않은가. 다시금 강조하지만 해법은 발상의 전환에 있다. 무엇보다 설계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장사꾼'에서 '보험전문가'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자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