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美 금리' 불확실성 부각…기준금리 다섯달째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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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 11월 기준금리 연 1.25% 유지
12월 FOMC 부담…연내 동결 결정에 '무게'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월 기준금리를 연 1.25% 수준에서 다섯달째 동결했다. 대내외 금융안정 리스크를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불과 이틀 전 발표된 도널드 트럼프의 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가운데 미국 금리 인상 시점과 속도에 대한 확신도 흔들리고 있는 만큼 성급하게 통화정책 방향성을 결정짓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부각되고 있는 가계부채도 최근까지 급증세를 지속하면서 금통위가 연내에는 금리동결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은 금통위는 11일 소공동 본관에서 11월 통화정책방향 정례회의를 열고 이달 기준금리를 연 1.25%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1년 만에 단행했던 지난 6월 금리 인하 이후 5달 연속 동결 결정이다.

이날 회의장에는 함준호 위원이 가장 먼저 배석해 신중한 표정으로 자료를 검토했고, 시차를 두고 이일형·조동철·고승범·신인석 위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회의 직전인 오전 8시 59분 이주열 총재도 밝은 표정으로 착석해 의사봉을 두드리며 회의 시작을 알렸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통위가 정책적 변화를 취하는 대신 숨을 죽이고 이달에도 관망 기조를 지속한 배경에는 갈수록 고조되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지난 8일(현지시간) 미 대선에서 시장의 예상을 깨고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점이 부담이다.

일단 발표 직후 반영된 '트럼프 쇼크'가 급속히 진정되면서 주요국 증시가 강세로 돌아선 상황이지만, 정책기조를 확인할 때마다 당분간 불안 양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을 좌우하는 미국 금리 인상 시기와 속도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1월 FOMC를 통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지금과 같은 급격한 변동성을 이어갈 경우 연준 역시 금리 인상을 늦출 수 있다는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정책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가팔라지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압력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제프리 래커 미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10일(현지시간) "정부가 재정부양책을 시행하면 금리 인상 속도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다음달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협의할 예정인 가운데 낮은 수준의 실업률과 고용 성장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트럼프 당선 이후의 통화정책 연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책적 변화에 대한 경계감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지고,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금통위가 올해 당장 정책 스탠스를 결정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대내 상황도 녹록치 않다. 각종 대책에도 잡히지 않는 가계부채 문제가 기준금리 조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10일 한은이 발표한 은행 가계대출은 10월 중에도 7조5000억원 증가하면서 평년(3조9000억원) 수준의 두배 가량 늘었다.

당국이 8·25 가계부채 대책을 시행하고 은행권도 대출 금리 인상 추세에 있지만, 대출 급증세는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말 올 연말 가계부채가 1300조를 돌파하고, 내년 말에는 1500조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미 시장에서도 이달 금리 동결을 점쳐왔다. 9일 금융투자협회가 펀드매니저, 채권 중개 담당자 및 애널리스트 등 채권시장 전문가 100명을 상대로 최근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9%가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11월 기준금리도 연 1.25%로 묶이면서 올해 금통위의 인하 결정은 지난 6월이 마지막이 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다음달 금통위는 12월 13~14일(현지시간)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확인 직후인 15일에 개최된다. 아시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고조될 시점인 만큼 금리 조정이 쉽지 않다.

올해 국내 경기 상황에 부담이 적어진 점도 연내 동결론에 힘을 싣는다. 4분기 지표가 부진하더라도 올해 성장률이 한은의 전망치인 연 2.7% 수준을 달성할 확률이 높아졌다.

지난 3분기 성장률이 0.7% 수준을 기록한 만큼, 4분기는 0%만 되더라도 가능해지는 시나리오다. 하반기 내수 절벽과 주력 수출 타격이 현실화되더라도 한은이 금융안정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금리 인하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낮아진 것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4분기 경기에 불확실성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가 지켜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연내에는 금리를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12월 미국 금리 인상 여부와 국내 정치 불확실성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인 만큼 관망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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