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기자]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행이 결정되자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맥없이 주저앉았다. 낙폭이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됐던 지난 6월24일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장이 힐러리 클린턴 미국 대선 후보의 당선을 유력시해왔던 만큼 '트럼프 쇼크'가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컸다는 설명이다.

투자자들이 패닉상태에 빠지자 주식시장도 얼어붙었다. 투자자들이 관망세만 유지하며 적극적으로 주식을 매도했다. 두산의 미국 자회사인 두산밥캣도 일반공모주 청약 마감일이 하필 이날이었던 탓에 큰 피해를 입었다.

두산밥캣 대표 상장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 경쟁률이 0.29대1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단일 IPO 사상 최대 미달 물량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달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도 실패, 공모가까지 낮춰 재상장에 도전한 두산밥캣이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한 청약에서도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대어급으로 꼽혔던 만큼 실망감은 더 컸다. 한국투자증권 측도 "미국 대선 영향으로 시장이 급락하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게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다음날(10일) 상황이 급반전했다. '트럼프 수혜주' 찾기에 여념이 없던 국내 증권가에서 두산밥캣이 '트럼프 수혜주'로 떠올랐다. 트럼프가 미국의 인프라 투자를 확대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앞서 두산밥캣을 외면했던 기관 투자자들이 서로 물량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한국투자증권과 상장 공동주관사인 신영증권, 한화투자증권이 떠안게 된 1520억원 규모의 공모주 청약 미달 물량은 놀랍게도 하루만에 모두 소진됐다.

사실 수혜주는 당선 가능성 있는 후보자가 내세우는 정책이나 말 한마디, 인맥에 따라 관련 상장기업들의 주가가 들썩이는 일명 '정치 테마주'와 맥락이 같다. 실적 개선과 관계없이 편입됐다가 급락하는 법칙이 여지없이 나타나서다.

전문가들이 테마주, 수혜주와 관련된 기사에서 '투자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매번 당부하는 것도, '혹시나' 하는 희박한 기대감에 투자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손실을 모두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두산밥캣의 경우만 봐도 우리 주식시장의 현실은 슬프기까지 하다. 작은 이벤트에 '일희일비'하는 개미 투자자들은 차치하고라도, 전문적인 기관투자자들까지 특정인의 '입'에 이리저리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