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스톡옵션 잔치, 단기성과주의 '경계'
은행권 스톡옵션 잔치, 단기성과주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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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적 경영효율 극대화" vs "우리나라 정서· 실정에 맞나?"

[이재호 기자]<hana@seoulfn.com>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린 은행권이 3월 주총 시즌을 맞아 잇따라 임원들에게 스톡옵션(주식매수 선택권)을 부여하면서 지나친 스톡옵션 남발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은행권은 은행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경영진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는 경영성과를 높이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라며, 긍적적으로 받아 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스톡옵션 부여가 국내 경영 현실에 맞는 지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경영진이 단기 업적주의 경영에 매몰돼 은행의 안정적 성장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는, 궁극적으로 공익성이 강한 은행의 공익성을 약화시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은행 경영성적을 자세히 뜯어 볼 경우 일부 수익성 지표가 악화되는 등 내용면에서 부실한 측면도 발견되고 있어, 사상 최대이익 실현에 이은 '묻지마 식' 스톡옵션 부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 '부실한' 사상 최대이익...너도 나도 '스톡옵션'
국민은행은 오는 23일 주주총회에서 여동수·권혁관·이증호·남경우 부행장 등 임원 33명에게 총 93만5천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구체적 내역을 보면 여동수·권혁관·이증호 부행장은 각각 1만주, 남경우 부행장 4만5천주 등 부행장 4명에게 7만5천주를 부여할 예정이다.
또, 최기의·김정욱 등 본부본부장 6명, 손영환·주영구 등 기업금융 지역본부장 4명, 이경구·신균 등 개인금융 지역본부장 17명에게는 각각 3만주씩 총 84만주가 부여된다.
지동현 연구소장에게는 2만주, 이영모 개인금융 지역본부장에게는 각각 3만주가 지급될 예정이다. 신규 외국인 사외이사 제이크 켐프도 3만주를 받게 된다.
스톡옵션 행사기간은 각각 1~3년 정도이며 행사가격은 주요 경쟁은행 3사의 주가동향 등에 따라 달라진다.
외환은행도 리처드 웨커 행장(30만주)과 장명기 수석부행장(17만주), 롤레이 부행장(16만주), 김형민 부행장(16만주), 서충석 부행장(15만주) 등 임원 및 본부장 28명에게 총 172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키로 했다.
하나금융지주도 김승유 회장 8만주, 윤교중 사장 8만주, 이성수·이성규 부사장 각각 3만주,  김태오·임영호·김병호 상무는 각각 2만주 등 총 181만9천주를 부여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3월 말에 집중된 은행권 주총에서는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을 소수를 제외한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들이 스톡옵션 부여를 주총 안 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 경영진 배불리기 vs  경영효율성 제고
이처럼 최근 수년간 은행권이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이어 경영진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추세가 이어지는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다. 단순히 '배 아파하는 소리'가 아닌 우려의 목소리다.
우선, 스톡옵션은 출자하지 않은 종업원에게 이익 배당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주주의 배당금액 감소로 이어 질 수 밖에 없는 데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임직원이 살수 있으므로 주주간 형평성 원칙에 위배되는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스톡옵션으로 인해 해당 임직원의 소득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록 일반인들이 느끼는 위화감은 더욱 커지게 되는 사회적인 부정적 측면도 지적된다. 반대로, 만약  주가가 하락하면 스톡옵션의 취지와는 반대로 근로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물론, 은행권의 시각은 다르다. 현금보너스와 구별되는 성과급제의 하나인 스톡옵션은 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에 전념하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경영진이 열심히 일을 해 주가를 올리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는 반론을 편다. 또, 은행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행사하려면 자기자본수익률(ROE), 주가상승률 등 까다로운 조건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경영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계기가 된다는 지적이다.
한편, 스톡옵션제는 지난 97년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도입됐으며 벤처기업처럼 자금이 여유롭지 못한 중소기업이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출발한 이후, 최근 수년간 크게 활성화됐었다가, 삼성·포스코 등 대기업들은 다시 스톡옵션을 점차 폐지하는 추세다. 은행권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지난 2005년 초 임원진 등 49명에 대해 스톡옵션을 부여하려 했다가 예보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이재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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