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감장에서 드러난 서민금융 CEO들의 민낯
[기자수첩] 국감장에서 드러난 서민금융 CEO들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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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윤호기자]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고금리 영업 행태로 서민 부담을 가중한다는 질타를 받았던 대형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이 연이어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과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국내 최대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를 거느린 임진구 SBI저축은행 대표와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 최상만 산화머니 대표 등이 국감에 출석해 고금리 영업 행태와 교육세 미납, 소멸시효 완성채권 추심 등의 문제로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다수 의원에게 난타를 당하자 내린 결론이다.

제윤경 의원은 국내 대부업체들이 35%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은 대출자의 경우 대출원금 600만원에 평균 이용기간(44개월)을 고려하더라도 이자비용이 1000만원이 넘는다고 비판했다.

제 의원은 금리를 낮추게 되면 불법 사금융으로 서민들이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업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 기간 대출액이 되레 늘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고금리를 20%까지 낮추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경고했다.

국회의원들로 부터 집중포화를 맞은 양 업계는 국감에서 제기된 거의 모든 요구를 수용하는 등 납작 엎드리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약 1조700억원 상당의 소멸시효 완성 채권을 소각하고 이자율도 현재 법정 최고금리 수준인 27.9%로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나섰다. 특히, 최윤 회장은 미납했던 수백억원 상당의 교육세 납부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이들이 국회의원들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늦게라도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보면 당장 할 수 있었던 일을 그동안 외면해 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들은 이름만 서민금융기관일뿐 그동안 예·적금 특판, 30일 무이자대출 등을 통해 대출 소비자들에게 고금리 이자를 부과해왔다. 이는 서민금융기관의 도입 취지와는 상반된다.

본래 서민금융기관은 높은 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한 저신용자에게 '적절한' 금리로 돈을 빌려주기 위해 설립됐다. 그런데 평소엔 고리대로 배를 채우다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받자 그야말로 '억'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이를 수용한 것이다. 일부 의원들의 압박 발언대로 자칫 법제화라도 될 경우 자신들의 영업기반을 송두리째 빼았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고양이 앞의 쥐'와 같은 초라한 모습을 자처한 셈이다.

과정이야 어떻든, 이번 조치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저신용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의 자발적인 자정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더 나아가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이 제대로 정립되는 계가가 된다면 더할나위없이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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