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3분기 '깜짝 실적'…'나홀로' 부동산發 저금리의 역설
은행권 3분기 '깜짝 실적'…'나홀로' 부동산發 저금리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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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각 은행, 서울파이낸스 취합

3Q 누적 순이익 5조434억원…전년比 25.2%↑
가계대출 증가 따른 대출자산 확대로 이자수익↑
구조조정 부담 특정銀 집중…4Q 전망도 '안정적'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저금리와 기업구조조정으로 수익성 악화를 우려했던 은행권이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깜짝 실적'을 올렸다.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면서, 은행들의 대출자산이 확대됨에 따라 이자수익이 늘어난 때문이다.

은행의 대출자산은 부동산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유동성의 상당부분이 저금리에도 불구 은행예금으로 모인 것으로, 은행들은 이를 통해 비교적 손쉽게 적정 예대마진을 확보함으로써 저금리 기조에도 높은 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개 주요 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의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은 5조434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277억원)에 비해 25.2% 늘어났다. 금액으로 따지면 1조157억원이 증가한 셈이다. 3분기 순익만 비교해봐도 지난해 1조2368억원에서 올해 39.4% 늘어난 1조724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신한은행은 1조5117억원의 누적 순익을 올리며 선두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20.7% 증가한 수치다. 이어 KEB하나은행이 29.9% 늘어난 1조2608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KB국민은행은 20.9% 오른 1조1650억원, 우리은행은 36.3% 증가한 1조105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최악의 영업환경이라는 저금리 기조에도 은행들이 이처럼 높은 순익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가계대출 증가'가 꼽힌다. 올해 부동산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가계대출이 늘었고, 은행 수익을 견인하는 이자이익도 자연히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올해 이자이익은 3조3005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7.0% 늘었다. 이는 신한은행의 가계대출이 전년 말 대비 7.9% 늘어난 95조540억원을 기록한 것과 맞닿아 있다.

다른 은행들도 가계대출과 이자이익이 동반 상승한 것은 마찬가지다. KEB하나은행의 가계대출은 3분기 말 90조753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3.5% 늘었고, 우리은행도 7.7% 증가한 99조3140억원을 기록했다. 두 은행의 올해 누적 이자이익은 각각 3조2200억원, 3조4104억원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가계대출은 121조4656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5.4% 증가했지만, 올해 이자이익은 3조5296억원으로 전년과 같은 수치를 유지했다. 다만 분기 기준으로 보면 이자이익이 전년 동기(1조1680억원)에 비해 4.8% 증가한 1조2240억원으로 나타났다.

결국 은행들이 '대출 장사'를 통해 높은 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은행 이익 증가의 이면에는 '사상 최대' 가계부채라는 그림자가 자리잡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올해 6월 기준금리가 하락했음에도 3분기 순이자마진(NIM)을 최대한 방어했다. 시중 부동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으로 모인 덕에, 적정 예대마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은행들이 수익성에 집착해 가산금리 인상을 통해 금리인하 효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3분기 은행들의 NIM을 살펴보면, 신한은행 1.49%, KB국민은행 1.58%, KEB하나은행 1.38%, 우리은행 1.87%로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여전히 최저 수준의 NIM이긴 하지만 유례 없는 저금리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았던 지난해에 비해 충당금 전입액이 줄어들었다는 점도 실적 호조에 한몫 했다. 올 들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특수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은 줄줄이 적자를 냈다. 구조조정이라는 악재가 있었지만 그 부담이 대부분 몇몇 은행에 집중되면서 나머지 시중은행들은 순항할 수 있었던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은행권에 어닝 서프라이즈가 많았는데, 4분기에도 실적 호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간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한 만큼 대손율이 상승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며 "추가 기준금리 인하 여부가 변수가 되겠지만 전반적인 은행권 전망은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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