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탈' 엘리엇의 재등장, 리스크 헷지 혹은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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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증권 '양의 탈을 쓴 엘리엇'보고서…"삼성물산 합병 반대 실패 부담"

[서울파이낸스 김희정기자] #. 이달 초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전자 이사진에 10쪽 분량의 서한을 보내 지주회사 전환, 나스닥 상장, 30조원 규모의 현금 특별 배당 등을 요구했다.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기를 들었던 엘리엇이 1년 3개월여 만에 입장을 뒤집은 것을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온갖 추측과 분석이 난무했다. 일단 현재까지는 지주회사 전환을 촉구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 확보를 인정해주는 대신 배당 확대와 나스닥 상장을 요구,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 시키려는 목적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진 상태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엘리엇이 계열사인 블레이크 캐피털(Blake Capital LLC)과 포터 캐피털(Potter Capital LLC)을 설립해 주주제안을 해왔다는 점이다. 과거 삼성물산 때처럼 자사 펀드를 통해 직접 투자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다. 엘리엇이 이런 선택을 한 이유가 무엇일까.

▲ 표=신영증권

19일 신영증권은 '양의 탈을 쓴 엘리엇'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엘리엇이 새 계열사를 설립해 주주제안을 한 것은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반대가 실패로 돌아간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은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애초부터 블레이크 캐피털과 포터 캐피털, 두 계열사가 삼성전자 주주제안권을 얻기 위해 설립됐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며 "두 계열사는 4월 중순 설립된 후 8월 말까지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해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헤지펀드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상황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반대도 엘리엇 뜻대로 되지 않아 회사 실적에 악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김 연구원의 분석이다.

여기에 폴 싱어 회장이 무한책임사원(general partner)으로 지정돼 있다는 점도 부담 요소로 꼽혔다. 이미 '쓴 맛'을 본 한국 시장에서 폴 회장 이름으로 다시 뛰어드는 것에 대한 리스크가 상당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시도가 실패하더라도 짊어져야 하는 리스크를 제한하고, 엘리엇 펀드의 수익률을 보호하기 위해 유한책임회사(limited liability company) 형식의 계열사를 설립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김 연구원은 "돌아온 엘리엇은 삼성전자에 우호적인 입장이지만, 돌연 '양의 탈'을 쓰고 돌아온 엘리엇의 컴백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 개입은 주가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엘리엇의 향후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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