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인사 破行, '파업' 후폭풍 불까
은행장 인사 破行, '파업' 후폭풍 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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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좋아도 3연임-퇴진 '극과 극'...인사기준 '모호' 
회장-행장추천委 운용 '비공개',  '밀실 인사' 인상 
靑-官 '나눠먹기' 논란 불러..."파업은 막아야" 중론
 

[이재호 기자]<hana@seoulfn.com>레임덕을 맞아 모피아의 '과거로의 회귀'인가, 아니면 정권 막판의 '보상심리'가 작용한 때문인가. 은행권이 관치인사 논란으로 들끓고 있는 가운데, 현재의 분위기로는 '은행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장사를 잘 하고도 인사 후유증으로 은행의 '봄철농사'를 망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어떤 경우라도 은행파업은 막아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권 4년여간 큰 잡음이 없었던 금융권 인사 문제가 정권 1년여를 남겨놓고 파국 일보직전으로 까지 치닫는 이유는 뭔가

■참여연대, "공직자윤리委 박병원 취업 승인 문제 있다"
우리, 기업, 경남, 전북은행 등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노) 산하 4개 은행 노동조합은 5일 소속 기관장들에 대한 낙하산 인사를 강행할 경우 파업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4개 은행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회장과 행장 선임을 둘러싼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 공모제가 청와대와 재경부 등의 밀실야합 및 나눠먹기 창구로 전락했다"면서 "낙하산 인사, 코드 보은인사와 부도덕한 은행장 연임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총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서 우리은행 노조는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우리은행장 선임과정에서 드러난 사전인사 내정설과 정권말기 나눠먹기식 밀실야합을 규탄한다"며 "이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총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우선, 우리은행 노조는 관료 출신인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제1차관과 구조조정 전문가인 박해춘 LG카드 사장이 정부측 지원을 받아 회장과 행장으로 내정될 가능성이 커지자 26일 총파업을 목표로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중소기업 지원 육성이라는 공익적 기능을 담당하는 기업은행에 청와대 스스로 코드 보은인사 사전내정설을 자초하고 있다"며 공정한 인사를 촉구했다.
전북은행 노조는 "홍성주 행장이 연임의 뜻이 없음을 공공연하게 밝혔지만 느닷없이 비상식적인 절차를 통해 단일후보로 추천됐다"며 "이는 대주주 삼양사가 은행 비전과 무관하게 경영권을 볼모로 거액의 프리미엄 챙기기와 매각차익 극대화만을 노리고 벌이는 행보라는 의혹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전북은행 노조는 설문조사에서 직원 94%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연임을 시도하고 있는 홍 행장의 용퇴를 요구하고 있다.
경남은행 노조는 "지난해 노사공동선언문을 선포하는 등 어느 사업장보다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했지만 정경득 행장은 비윤리적인 행위로 일관했다"며 즉각적인 사임을 촉구했다. 은행 노조는 정 행장이 경영평가 항목 실적을 조정해 평가순위를 임의로 바꿨다고 주장  하고 있다.
은행측은 반면 노조위원장 출신지역인 울산영업본부가 영업본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를 받자 일부 직원들의 불만 표시로 발생한 사안이라면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저항은 만만치 않다. 금융산업노조는 7일 서울 명동 본점에서 차기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우리은행장에 관료 출신이 채워지는 것에 반대하는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더구나,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승인에 문제가 있다며 6일 오전부터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다음'의 토론광장 '아고라'에서 박병원 전 재정경제원 차관의 우리금융그룹 회장 내정에 대한 네티즌의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6일 3시 현재 323명이 참여했다.

■근거없는 저항인가, 이유있는 항변인가 
양측의 양보없는 극단적인 대결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노조들의 단순한 세과시나 후임행장 취임에 앞서 더 큰 것을 얻어내기 위한 이른바 '신고식' 차원은 아닌 듯 보인다.
정치적 레임덕, 재경부등 관료출신들의 은행진출 움직임 이 뚜렷해지는 등 인사원칙의 부분적 훼손등 복잡한 상황논리가  어우러진 결과, 즉 나름대로 이유있는 항변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올해 임기만료되는 은행장은 예년을 훨씬 웃돈다.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두번째 임기를 맞는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강권석 중소기업은행장이 임기를 맞았다. 국내 간판은행인 국민은행 강정원 핸장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역시 오는 10월 임기가 만료된다. 거물급들이 대거 임기가 만료되는 것. 여기에, 지방은행장과 외국계 은행장들도 잇따라 임기가 만료된다.
우리금융지주 산하의 정태석 광주은행장과 정경득 경남은행장, 그리고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3월), 존 필 메리디스 SC제일은행장(4월),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5월) 등 외국계 은행장의 임기만료도 줄줄이다. 
이런 가운데, 실적 좋은 은행장들이 임기 횟수와 무관하게 잇달아 연임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우선, 중임을 마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3연임에 들어가 갔다.
70세고령인데다 3연임이다. 금융권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임기중 원만한 조흥은행합병과 좋은 실적등으로 반발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뿐만아니다.홍성주 전북은행장도 사실상 유임이 확정돼 올해 3연임 금융 최고경영자(CEO)는 2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실적좋은 은행장 줄줄이 연임
지난 2001년 3월 전북은행장으로 취임한 홍 행장은 2004년 연임을 거쳐 이번에 3연임(2007~2010년)이라는 보기 드문 기록을 세우게 됐다.
전북은행장추천위원회는 견조한 경영실적과 안정적 경영을 위해 홍 행장의 연임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주요 대주주인 삼양사(11.8%)와 외국계 펀드 오펜하이머(6.9%), 대한교과서(4.7%) 등이 장기비전 실행 등을 위해 홍 행장의 연임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다 앞서, 이인호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리차드 웨커 외환은행장, 하영구 씨티은행장 등은 이미 이사회에서 연임이 결정난 상태다.
또, 4월 임기가 끝나는 존 필메리디스 SC제일은행장은 SC제일은행 초대 행장으로 조직을 무난히 이끌었다는 점에서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정태석 광주은행장도 재임 기간 실적이 좋아 다른 지방은행장들처럼 연임 가능성이 높고, 보험권에서도 오는 5월 임기가 끝나는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이 4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올해 은행장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실적이 좋으면 연임한다'는 분위기 확산이다.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금융 CEO 인사는 그동안 경영 실적보다 정치권이나 재경부등 관등 '외풍'에 의해 좌우된 겨우가 많았었다.
금융권에서는 인사관행의 변화의 원인을 경쟁이 격화되면서 민간 금융기관이 경우 경영성적이 좋은 CEO에게 계속 사령탑을 맡기려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는 데서 찾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안이 없어서'라고 그 의미를 폄하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최근 헤드헌팅업체로부터 모 은행의 행장 후보를 추천해달라는 제의를 받았는데 적합한 인물을 찾기가 힘들었다는 소문도 들린다. 그 만큼 금융권의 인재풀이 빈약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은행장 연임은 실적연계형 인사자율과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적기준이라면 '우리'는 왜?...靑-官 나눠먹기 '인상'
문제는 이같은 실적기준이 모든 은행에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이는 문제의 본질인 동시에 시발점이기도 하다. 금융권 인사를 놓고 청와대와 재경부가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면서, 결국 나눠먹기식 인사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강하게 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공모가 진행중인 금융기관장은 우리은행장, 기업은행장과 일부 지방은행장들이다. 주택금융공사 사장에는 이미 유재한 전 재경부 정책홍보실장이 지난달 22일 내정됐다. 오늘 오후 단독 후보로 확정돼 우리금융회장도 박병원 전 재경부 차관 몫으로 돌아갔다. 
나머지 금융기관장에 청와대 입김이 어느정도 작용할 지, 또 모피아(재경부 출신 인사들)가 몇자리나 차지할 지 관심사이다. 
기업은행장은 재경부 출신 강권석 행장이 장병구 수협은행장과 2파전을 벌이고 있고, 우리은행장에는 이종휘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최병길 금호생명 대표, 박해춘 LG카드 사장등 3파전 양상이다.
문제는 우리금융 회장에 박병원씨가 내정된 뒤 우리은행장에 박해춘씨가 급부상하면서 은행원들의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박씨가 내부인사가 아닌 데다, 과거 서울보증보험, LG카드등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이미지가 강한 거부감을 주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우리금융 회장 자리에 박 전 차관이 내정되면서 최소 2자리는 모피아 몫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만약, 기업은행장에 강권석 현 행장이 연임에 나서게 되면 3자리 모두를 모피아가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금융기관장 핵심 인사를 모피아가 거의 석권하게 되는 꼴이어서 어느정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장에는 청와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장병구 수협은행장이 다소 유리한 위치에 설 것으로 전해지는 등 금융권 인사선임이 청와대와 재경부의 '나눠먹기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같은 예측 가능한 인사구도가 반발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게 만드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국책은행이라거나,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게 해당은행 직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제도 따로 인사 따로" 주장...제도 재검증 필요
한편, 나머지 인사가 어떤 식으로 마무리 되더라도 해당금융기관들이 한 동안 '관치인사' 후유증에 시달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도개선 목소리도 예견되고 있다.한편, 이번 금융기관장 인사와 관련, 회추위 또는 행추위의 기능이나 역할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노조들이 관치인사 문제점의 근본 원인을 회추위나 행추위의 문제로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노조는 물론 금융권 일각에서도 이번 공모의 심사기준이 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공모제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투명성이 결여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인선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심사기준이나 일정 등이 완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어 청와대나 재경부 등 외부 입김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예정된 시나리오라든가 나눠먹기식 인사라든가하는 말들이 흘러 나오고 있지만, 인선과정의 투명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이같은 추측과 비판은 언제라도 불거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따라, 대외이미지등 국가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정부와 은행, 그리고 노조가 대화를 통해 일단 절충점을 찾아 파업만은 일단 피하고 난 후, 제도적 문제등에 대한 중장기적인 검토를 통해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지 않도록하는 노력 뒤따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재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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