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차민영기자] 주당 42만1500원. 늑장 공시 논란부터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까지 '거짓말쟁이' 오명을 자초한 한미약품의 현주소다.

지난 13일 한미약품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7%가량 낮은 42만1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사건 발생 전인 지난달 29일 종가 62만원에 비하면 32%가 넘게 추락했다. 작년 11월 '바이오 신화'라 불리며 주당 최고 87만7000원을 호가하던 한미약품의 주가가 반토막 나는 데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장 마감 이후 미국 제넨텍과의 기술수출계약 성사 소식을 자율공시를 통해 알렸다. 하지만 당일 오후 7시께 날아든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파기 소식에는 입을 다물고, 다음날 개장 이후인 오전 9시29분에서야 이를 공표한다. 한미약품 측은 지연공시의 이유로 줄곧 한국거래소와의 불협화음을 지목해왔지만 이는 거짓으로 밝혀졌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지연공시의 고의성 여부와 미공개정보를 활용한 내부 관계자의 부당이익 취득 가능성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정치권에서도 한미약품 관계자들의 책임 유무와 관련해 계속 따져 물을 방침이다. 결국 당초 거래소 탓만 하던 한미약품도 최근 국감에서 지연공시의 책임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인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국내 정상급 제약사의 이같은 뒷걸음질은 씁쓸함 그 이상의 뒷맛을 남긴다. 현재 금융당국은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원성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일벌백계를 벼르고 있다. 더욱이 이번 사건으로 공매도 제도의 실효성이 다시 도마에 오르면서 회사 측의 잘잘못을 가려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나리오대로라면 주가가 반등은 커녕 신저가 수준까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힘든 시기를 보내는 바이오·제약 업체들이 입을 타격도 문제다. 연초까지만 해도 투자 바람을 일으키며 업계 선봉장으로 활약하던 한미약품이 깨뜨린 신뢰는 무엇으로도 회복하기 힘들어 졌기 때문이다. 실제 한미약품 주주들이 모인 인터넷 게시판에는 "무엇을 믿고 투자하겠느냐"는 소액주주들의 울분과 실망으로 가득하다.

이제 한미약품이 할 일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자사의 현주소를 직시하고 보다 적극적인 반성의 태도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고작해야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부름에 응하는 것이 남은 카드의 전부일 지라도. 진정한 의미의 '인정'만이 잘못을 바로잡고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인 동시에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