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빼째라' 정신
금감원 '빼째라' 정신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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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원회 여야 보좌진 들은 최근 황당한 경험을 하고 있다. 카드채로 인한 금융권 불안이 지속되자 6월 국회 상임위 활동을 대비해 금감원에 자료 요청을 했는데도 금감원이 ‘배째라’식으로 자료 제출을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카드사 관련 자료를 요청했는데도 담당자가 휴가를 갔다느니 자료를 준비중이다느니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관련 자료를 내놓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 국회 정무위 보좌진은 전하고 있다. 국회 보좌진들도 정보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진대 다른 데서는 오죽하겠는가.

최근 금감원 출입기자들이 금감원의 이런 자료 봉쇄를 질타하는 기사를 여러 차레 내보냈다.

보도의 요지는 시장의 요구가 카드업계의 구조조정이고, 특히 몇몇 카드사들의 위기설이 나돌고 있는데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금감원이 막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카드사 위기설과 관련, 전혀 사실이 아니라면서도 정작 필요한 자료 공개를 꺼려했다.

그래서 인지 최근 들어 몇몇 카드사들의 유동성 위기설이 확산되는 등 카드업계 전체에 대한 불안감이 조성된 데다 카드발 금융대란설이 점차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추가 대책이 절실하다는 게 시장의 분위기인 점을 감안하면, 시장 논리를 우선시한다는 금감원이 고의적으로 카드사 관련 자료를 봉쇄하는 게 과연 사태 해결에 도움을 주는 것인지 여간 의문스럽지 않다.

이와관련, 이정재 금감위원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의 스탠스는 6월말까지 만기연장 조치 등이 작동하는 동안 카드사들이 할 일을 충실하게 해서 시장신뢰를 빨리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라면서 “시장에서는 정부가 대책을 만들어 안정시키는 게 좋겠다며 대란설 등으로 개입을 바라지만 현 상황에서 개입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위원장의 발언 요지는 정부는 더 이상 시장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6월 이후 시장의 논리에 맡기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시장의 논리가 작동하려면, 시장이 카드사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가지고 옥석을 구분해야 하는데, 정작 필요한 알짜 정보는 금감원이 내놓지 않고 있다.

그래서 시장은 엉뚱하게 흐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채권시장에선 아예 카드채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시장의 불안에 대해 금감원은 시장이 심리적으로 위축됐기 때문에 나타나는 기현상이라고 본다.

투자자들의 심리가 왜 위축됐는지는 따져 보려 하지도 않는다. 혹시 금감원이 카드채 문제가 잘못되면 언론 탓이고 잘되면 자료 봉쇄때문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금감원의 이런 배째라 정신이 참여정부의 경제 기조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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