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취준생 두 번 울리는 청년FC 프로그램
[기자수첩] 취준생 두 번 울리는 청년FC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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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서지연기자] 대학교 졸업반 때, 한 생명보험사에서 학교에 찾아와 부스를 설치해놓고 졸업반 학생 대상으로 자사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홍보를 했던 일이 있었다. 당시 홍보를 나온 직원들은 이름을 다 채워가지 못하면 퇴근을 못한다며, 강의실까지 찾아 학생들의 전화번호를 적어간 기억이 있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이른바 '청년 FC양성 프로그램'으로, 현재까지도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3개월간 교육만 받아도 매월 최소 150만원 교육비를 지급 보장하며 최대 180만원 까지 지급 한다', '교육비 받으면서 금융권 취업도 함께 준비하라'는 말로 홍보하고 있다. 채용사이트에 등록한 이력서의 연락처를 보고 보험사에서 먼저 연락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참가자들은 일정 기간 동안 금융 및 재무 기초이론, 컨설팅, 스피치, 비즈니스 매너, PT경진 등의 교육을 해주고 실제 직무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된다.

주로 금융업에 관심은 있지만 취업이 쉽지 않은 청년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프로그램에 참가해 설계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프로그램 담당자가 이곳에서 경험을 쌓다보면 그룹 내 은행으로 보내주기도 하고, 지점장으로도 빨리 내보내 주겠다고 설득해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보험사들이 청년FC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는 자명하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보험영업을 강화하고 우수한 영업인력을 확보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너무 어린 나이에 보험영업에 뛰어들다 보니 효율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평가다. 무리한 영업으로 이른바 자기계약을 양산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수영업 인재 확보라는 목표는 리쿠르팅, 즉 설계사 증원이라는 엉뚱한 방향으로 향한다. 주변에 친구나 지인을 데리고 오면 더 높은 수당을 지급한다.

정규직으로 전환은 언감생심이다.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 경우 그동안 지급받은 수수료의 상당부분을 다시 토해내야 한다. 결국 많은 젊은이들이 경제적인 손실은 물론 마음의 상처만 받고 발길을 돌리게 된다.

실제 지난 2013년에는 한 생보사가 진행한 인턴십 과정에 합격한 뒤 보험설계사로 계약했던 최모씨(29)가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원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도 있다.

청년 취업난이 극심하다. '헬조선'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만약, 보험사들이 청년실업 해소에 동참하고 젊은 영업인을 확보하고 싶다면 좀 더 솔직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처럼 '인턴', '교육비 지급', '정규직 전환' 같은 감언이설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업직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들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우수한 FC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안 그래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더 이상 상처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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