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카드사, 전진(前震) 아닌 본진(本震)에 대비해야
[전문가기고] 카드사, 전진(前震) 아닌 본진(本震)에 대비해야
  •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
  • idisyun@crefia.or.kr
  • 승인 2016.10.0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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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

얼마 전 경북 경주에서 리히터 기준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는 1978년 기상청의 공식 지진 관측 이래 가장 큰 지진으로 기록되고 있다. 또 그동안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위험의 인식과 대비에 대한 중요성을 상기시켜준다. 그리고 금융시장의 변화에 대한 카드사의 인식과 대응에도 일정부분 시사점을 준다고 판단된다.

지진은 크게 전진(前震), 본진(本震), 여진(余震)으로 나눈다. 국내 카드사의 현재 상황은 지진의 경과 중 전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올 초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해 0.5~0.7%p의 수수료율 인하가 본격 시행됐고 카드결제의 소액화도 진행돼 수익대비 비용이 점증되고 있다.
 
현재의 전진 이후 카드사에 더 큰 충격을 안겨줄 본진이 다가올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장기적으로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과 지급결제서비스 분야의 다양한 핀테크 업체의 출현으로 신용카드의 신용공여 기능이 약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연말 예정되고 있는 미국 금리인상이 실현된다면 카드사의 자금조달과 대손비용을 상승시킬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까지 카드사가 그나마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연평균 8% 수준의 카드 결제 금액의 증가와 저금리로 인한 자금조달과 대손비용의 감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본진의 영향은 장기투자 비용을 감소시켜 카드사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여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는 카드사의 결제 및 대출서비스 기능은 약화시키고 카드회원에게 제공되던 부가서비스(포인트 적립 및 할인) 축소와 연회비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카드사 간 생존경쟁이 심화될 경우 오히려 회원확보를 위한 마케팅 비용 지출이 증가해 카드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카드사는 본진의 피해를 인식하고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최근 인공지능과 생체인식 등의 기술들이 금융과 결합해 지급결제서비스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 변화하는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면 어느 순간 카드시장을 카드사가 아닌 핀테크 업체가 주도할 수 있다. 이는 카드사가 금융회사의 범주를 넘어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앞으로 카드사는 제로섬(zero-sum) 게임과 비슷한 마케팅 비용지출 경쟁을 자제하고 혁신적 기술을 적극 수용하며 R&D 투자에 힘을 써야 한다. 데이터 활용, 저장, 이동에 관한 기술과 결제단말기, 생체인식, 모바일 앱 등 온·오프라인에 걸친 전 방위에 걸친 기술의 투자와 미래 IT 기술의 선점이 필요하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통해 카드사는 다가올 본진을 보다 안전하게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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