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국민은행장 '臥病 경영' 언제까지...
김정태 국민은행장 '臥病 경영' 언제까지...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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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카드 화학적 통합 수석은행장 역할 등 할 일 산적
이메일로 카드문제 처리하는 등 매일 업무 꼼꼼히 챙겨

김정태 국민은행장의 와병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김정태 행장은 지난 4월초 무리한 거래 기업체 및 전국 지점 방문등으로 급성폐렴 증세를 보여 지난 5월 5일 병원에 입원, 3주째 와병 중에 있다.

김행장은 지난 5월 26일 출근할 예정이었으나 의사의 ‘휴가 권고’에 따라 장기간 입원해 있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행장의 갑작스런 ‘휴가아닌 휴가’는 부담이다. 쉴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의사의 권고를 무시한 채 건강을 악화시킬 수도 없는 형국이다.

국내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김행장이 챙겨야할 일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내부적으로 흡수합병을 선언한 국민카드와의 화학적 통합을 이뤄내야 하며, 카드채 SKG 청산시 추가 부실 문제도 처리해야 한다. 외부적으로는 ‘퇴진론’의 여진을 잠재워야 하며, 리딩뱅크의 수장으로서 카드채 등으로 비틀거리는 국내 금융시장에 활력을 넣어야 하는 중차대한 역할도 해야 한다.

당장 국민카드의 은행 흡수합병 문제에 따른 후폭풍이 걱정이다. 국민카드 노조의 반발이 언제라도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여론과 국민카드 실적이 나빠 비교적 잠잠한 편이지만 국민카드의 은행흡수 합병에 따른 국민카드 노조의 반발은 여전히 꺼지지 않은 불씨로 남아있다.
은행 안팎에서 부는 퇴진설의 여진이 언제든지 재연될 소지도 적지 않다. 특히 사사건건 김행장에게 시비를 걸고 있는 풍문의 진원지에서 언제 또 어떤 공세가 가해질지 모르는 일이다.

게다가 옛 국민은행 정서가 강한 국민카드의 흡수합병문제도 큰 부담이다. 이는 김행장으로 하여금 조직관리측면에서 특히 적지 않은 고민거리이다. 특히 국민카드 노조는 노골적으로 흡수합병에 반발해 김행장에게 직격탄을 날려왔었다. 그 배경에는 국민카드 임직원이 대부분 옛 국민은행시절 선임된 직원들이라는 점에서 자연발생적인 정서적 반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따라서 외형적 합병을 넘어 김정태 행장은 ‘화학적 통합’이라는 근본적인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김 행장은 지난 5월 30일 병상에서 전직원들에게 국민카드 흡수합병과 관련 “현재 LG 삼성에 이어 업계 3위인 국민카드가 은행으로 통합돼 시너지를 발휘할 경우 한국의 카드산업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이는 국민카드 직원들에게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 등 조직 축소에 따른 불안감을 없애기 위한 메시지임과 동시에 국민카드의 부실을 은행이 떠안아야 한다는 국민은행 내의 반발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행장이 안고 있는 더 큰 고민은 자신이 직접 경영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실적이 만족할만한 편도 아닌데다 SKG와 카드채 등으로 은행의 추가 부실이 우려되는 경영악화가 동시에 겹친 상황이다. 한결같이 은행장으로서 결단력과 추진력을 발휘해야 풀수 있는 문제들이다. 증시불안 등 한국 금융이 거의 마비 상태에 이르고 있는 경영 환경도 김행장의 어깨를 누르고 있다. 때문에 산적한 일을 쌓아 놓은 상태에서 몸져누워 있는 김행장의 속은 편할 리 없다. 특히, 김행장은 일개 은행장에 걸맞지 않게 증시 살리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왔다. 김행장은 카드채 위기설이 불거지기 직전 국민은행에서 약 5천억원 가량을 증시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김행장 본인이 증권회사 CEO출신이라는 점에서 그럴 만도 하다는 평가에 이어 ‘쇼맨십‘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 평가는 달라지고 있다.

국내 수석은행장으로서의 적절한 역할이었다는 평가가 점차 우세해 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약 400조원에 이르는 부동자금을 잡기 위해 각종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으나 만만치 않다는 게 재경부 관계자의 고백이다. 이런 정황을 놓고 볼때 김행장의 5천억원 증시 투자는 몇 단계 앞선 혜안이었음을 보여준 징표라는 것. 최근 김진표 재경부 부총리도 사석에서 “지금 국내 금융시장에 가장 필요한 사람이 바이코리아 열풍을 불러 일으킨 이익치 전 현대증권 사장같은 사람이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금융권 일각에선 이익치씨를 대신할 사람으로 김행장을 꼽는다. 김행장은 지난 97년 대우사태로 금융시장 혼란이 일 때 가장 완벽하게 해결책을 제시한 사람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지금 시점에서 다시 한번 김행장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김행장은 유감스럽게도 병상에 누워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병상에서도 일일이 은행 경영을 챙기고 있으며, 병도 많이 호전된 상태로 알려졌다. 평소 아이디어가 풍부하다고 알려진 김행장이 언제쯤 퇴원하게 되고 또 퇴원후 은행 안팎에 산적한 일들을 어떤 식으로 헤쳐나가게 될지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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