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9조1983억원.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액이다. 밖에서 바라보면 과연 '황금알' 시장이구나 싶다. 더욱이 지속성장세를 타고 있어 업계는 올해 매출 규모를 10조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업계 사람들은 황금알에 대해 '살아남은 자'들의 보수라고 해석한다.

서울올림픽 등의 영향으로 1989년 국내 시내면세점 수는 29개였으나 10년 후에는 11개로 줄어든다. 이후 20년 동안은 단 10개의 시내면세점만이 살아남는다.

'살아남은 자' 롯데와 신라는 2013년 독과점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실제로 두 업체의 지난해 면세점 매출액(공항+시내)은 각각 4조7390억원, 2조5898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79.6%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관세청은 롯데와 신라의 독과점 구조를 깨고 시장진입 장벽을 낮춰 자율경쟁을 유도키로 한다. 시장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서 15년 만에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3장을 내놓는다.

시장 진입자가 늘어나 경쟁이 심화되면서 올해 상반기 부터 면세업계에 우려했던 결과가 조금씩 나타났다. 지난해 수천억대 연매출을 자신했던 신규사업자들이 줄줄이 적자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HDC신라면세점의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상반기 매출 945억원, 당기순손실 80억원을 기록했다. 한화갤러리아와 신세계는 43억원과 175억원, 두타는 160억원의 손실을 봤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도 먼저 '살아남았던 자' 롯데와 신라만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론대로라면 자율경쟁이 이루어져야 했지만 면세업계 자체가 일반 유통구조와는 달랐다. 여행사들의 송객수수료는 치솟았고 명품 브랜드들은 면세점 입점을 거부하며 로열티를 높였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도 난관에 부딪히자 중소·중견기업 업체들은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으로 전락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관세청은 올 하반기 서울 시내면세점 4곳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대기업 3곳과 중소·중견 1곳이다.

지난해 사업권을 잃은 롯데(월드타워점)와 SK네트웍스(워커힐)는 필사의지로 이에 도전한다. 신세계와 HDC는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특허권을 타 기업에게 뺏길 수 없다는 입장이고 현대백화점은 "이번에야 말로"라며 벼르고 있다.

그러나 시장상황은 녹록치 않다. 뜨거웠던 면세시장을 바라보던 시선도 차갑게 변했다. 면세 특허 신청마감이 4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중소·중견기업 중 출사표를 던진 기업은 나타나지 않았다. 심지어 홈앤쇼핑은 SM면세점의 지분을 헐값에 매각하기까지 했다.

황금알을 낳던 면세점은 애초에 없었다. 처음부터 다른 이의 손에 쥐어진 황금알을 뺏어와야만 하는 시장이었던 거다. 모든 업체가 다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