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한진해운의 침몰…추락하는 '해운강국'
[초점] 한진해운의 침몰…추락하는 '해운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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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한진해운

"해운강국 타이틀 유지 어려워"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한진해운이 최근 세계 해운사 순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법정관리 후폭풍을 거세게 맞고 있다.

그사이 글로벌 대형 선사들은 한진해운 물량을 흡수하며 덩치를 더욱 키우는 중이다. 한진해운의 추락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세계 해운시장에서 한국의 영향력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7일 프랑스 해운통계 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이날 기준 한진해운의 컨테이너 선복량은 51만8884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로(점유율 2.5%), 11위에 랭크되어 있다. 12위인 일본의 MOL(51만5358TEU)과의 차이는 불과 3500TEU 수준으로, 선박 1척 정도다.

한진해운은 이달 초 7위를 유지했지만 1달도 되지 않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특히 선박을 반납하고 매각하는 등 규모를 줄이고 있어 한진해운의 순위하락은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37척 중 22척을 매각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반면 1위 선사인 머스크는 3203만TEU(15.4%), 2위인 MSC와 CMA-CGM은 각각 2786만TEU(13.4%), 2176만TEU(10.5%)를 점하고 있다. 세계 1~3위 선사의 점유율은 40%에 육박한다.

머스크의 선복량 대비 한진해운은 약 19%, 현대상선(43만8177TEU) 약 13% 수준으로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은 대형 선사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

업계는 국내 양대 국적선사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컨테이너선 시장의 가격경쟁에 대한 대응능력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속적인 구조조정 및 사업부 매각으로 한진해운은 지난해 기준 컨테이너 비중이 92%에 달하며, 현대상선도 77%로 높은 수준이다. 수익성이 높았던 사업들을 정리하면서다. 이는 해운업 변동에 대처하지 못하고 원가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화주들의 대체 선사 확보 경쟁으로 한진해운 주력노선인 미서안을 중심으로 운임이 50% 가량 폭등하기도 했다. 운임 폭등은 글로벌 선사들의 반사이익으로 돌아가고 있다.

곽노경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4실장은 "한진해운 부실화의 학습효과로 화주들이 저렴한 운임보다는 적시성 등 품질을 중요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인도가 우수하고 시장점유율이 높은 선사로 주요 화주들이 이동하면서 상위 선사들의 시장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한진해운의 우량자산 인수를 검토 중이지만 업계는 회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자산을 인수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며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에 인수했다면 한진해운의 네트워크 등을 가져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과 달리 해운업은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기 때문에 약자가 강자를 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해운강국이란 타이틀은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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