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현대상선, 한진해운 물량흡수 가능할까?
[초점] 현대상선, 한진해운 물량흡수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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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한진해운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자산 인수로 인한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국내 양대 국적선사 중 하나인 한진해운이 빠지면 현대상선에도 글로벌 영업력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자산 인수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2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달 말부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부기관을 선정, 경영전략·IT·인사 각각에 대해 컨설팅을 받고 있다. 경영 컨설팅은 AT커니로부터 받고 있으며 IT와 인사컨설팅은 각각 IBM과 국내 컨설팅업체가 맡고 있다.

컨설팅 과정에서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자산을 인수해 플러스 요인이 있는지, 또 그럴만한 자산이 있는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진해운의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선박 확보를 우선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현재 한진해운이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은 모두 97척으로 한진해운 사선이 37척, 용선이 60척이다. 해운업 불황으로 선박을 빌리겠다는 선사들이 적기 때문에 재용선에 대한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의 1만3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등 37척의 컨테이너선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컨설팅은 한진해운 자산 인수와는 무관하다"며 "회사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컨설팅"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진해운 자산 인수와 관련해서는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아직 회생이냐 청산이냐 등 법원의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단순 검토단계"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의 한진해운 자산 인수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해운업 특성상 장기간 쌓아온 신뢰와 네트워크는 돈으로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해운업에서 현대상선이 대형 글로벌 선사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자산을 인수하려면 원가보다 낮게 사들여야 한다"면서도 "한진해운 화주들이 현대상선과 거래를 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강점인 미주노선에 대해서도 현대상선이 흡수하기란 만만치 않다. 한진해운은 알짜노선으로 꼽히는 아시아~미주노선에서 7%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9.6%)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기존 한진해운 물량을 현대상선이 소화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상선은 지난 9일부터 미주노선에 대체선박을 투입하고 있지만 4000TEU급으로 대형선박을 투입하고 있는 글로벌 선사들과 경쟁이 되지 못한다.

실제 세계 1, 2위 선사인 머스크와 MSC는 이달부터 아시아~미주노선에 선박을 투입하며 한진해운 물량 가져오기에 나선 상황이다.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치킨게임을 주도했던 이들이 한진해운 법정관리 돌입 이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와 MSC가 속한 얼라이언스 2M이 현대상선을 받아들인 건 애초에 한진해운을 타겟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선박을 통해 영업에 나서도 물동량을 대폭 늘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머스크와 MSC 등 2M이 미주노선에 대형선박을 본격적으로 투입할 경우 아시아 지역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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