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이 뭐길래...)농협 비정규직 '두 번 울었다'
(정규직이 뭐길래...)농협 비정규직 '두 번 울었다'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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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 미끼 수백만원대 금품 갈취
5월초부터 사기행각 확산...청탁문화 온상.

금융권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가운데 농협 비정규직 직원들이 정규직 전환을 조건으로 금품을 갈취당하는 사건이 경남 일부지역에서 발생했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경남지방에서 농협 인사부장을 사칭한 사람이 비정규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준다는 조건으로 금품을 갈취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비정규직원들의 고용 불안에 대한 초조한 심리를 악용, 약자를 두 번 울린 것이다.

농협 관계자는 “5월초부터 부산에서 시작된 이같은 사기행각이 울산, 경남으로까지 확대됐다”며 “일부 비정규직원들의 경우 300만원 정도씩 금품 피해를 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사건이 확대되자 이 사기혐의자는 도주, 잠적해 소재 파악이 안되는 상황이다. 이에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관련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5월말 현재, 농협의 비정규직원은 1만7천여명으로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을 합친 전체 고용인 5만여명 중 33%나 차지하고 있어 고용불안 문제가 심각한 상태다. 또한 농협중앙회는 지속적으로 단위 농협에 대해 비용 절감을 위해 비정규직 채용을 지도, 권고하고 있어 이들 숫자가 줄어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일부 단위 농협의 경우 비정규직원들의 시간당 급여가 1천300원에 머무는 등 근무조건 또한 매우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농협의 비정규직은 단순계약직, 시급직, 파트타임직 등으로 이 중 90% 가량을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고용승계나 고용조건을 보장받기를 원하지만 인사권을 해당 농협장과 시·군지부장이 쥐고 있어 비정규직원들은 이들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비정규직원들의 최대 꿈인 정규직 전환을 위해 ‘청탁문화’가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협 한 직원은 “정규직으로 가기 위해 청탁이 비일비재하다. 비정규직 채용과 정규직 전환의 인사권을 상임이사인 단위조합의 조합장이 모두 쥐고 있어 조합장들과의 유착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비정규직원들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성희롱 사건마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농협은 지난 98년, 2000년 집단 성희롱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회식 자리에서 비정규 여성직원들을 한명씩 대기시켜 차례로 지부장에게 술을 따르게 했다가 고소를 당한 것.

농협 한 관계자는 “일을 계속 하기 위해서는 윗사람의 뜻을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것이 바뀌지 않고는 비정규직 관련 사고들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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