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주차장 좀 빌립시다" 주차난 해소에 사활 건 지자체
"백화점 주차장 좀 빌립시다" 주차난 해소에 사활 건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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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아파트·학교 주차장 개방 유도…제주는 '공유 주차제' 도입
빈집·빈땅 사들여 자투리 공간 만들기도…막대한 돈 들지만 '고육책'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 대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자체마다 주차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가 올해 상반기(6월 기준 2천146만대)에만 47만대나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계속돼,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공간을 마련하는 일은 지자체마다 '어렵지만, 꼭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얼마나 주차가 편한가'하는 문제는 개인의 주거나 경제활동 편의, 더 넓게는 특정 상권이나 지역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기본적인 잣대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차장을 물리적으로 무한정 확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기발한 정책과 아이디어를 동원해 '숨어있는 주차장' 발굴에 나서고 있다.

◇ '놀리면 뭐하나'…백화점·마트·학교 주차장 개방
2개 대형 백화점을 비롯해 상가와 영화관, 유흥업소가 밀집한 울산시 남구 삼산동 일원은 울산의 최대 상권이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마다 인파가 몰리는 이곳에 차를 몰고 나올 때는 부족한 주차공간 때문에 불편을 각오해야 한다.

불법 주정차 만연, 공영주차장 주변 교통 혼잡 등으로 민원이 잇따르자 남구청이 최근 묘안을 짜냈다.

상권 중심에 있는 백화점의 대형 주차장을 야간에 개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보안, 시설 관리, 환경 등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주차장 개방을 민간상업시설에 강요할 수는 없는 형편이었다.

다행히 백화점 측이 제안에 흔쾌히 화답했다.

남구와 현대백화점 울산점은 최근 '부설주차장 야간 개방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라 10월부터 백화점 주차건물(625면)이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개방된다.

단, 지역 상권 활성화 차원에서 일대 상점을 이용한 영수증을 제시한 운전자에 한해 3시간 동안 요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남구 관계자는 "대규모 주차장이 마련되면서 가족 단위 방문객 유입이 증가해 주변 상권이 활기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대형 백화점이 주변 소상인들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 북구 직원 100여 명은 약 1년 전부터 구청 인근 이마트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고 출근한다.

구청 주차장은 민원인들이 이용하기에도 공간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마트 고객들은 넓은 지상 주차장을 주로 이용하다 보니, 평일 낮에는 텅 비어 있는 지하주차장을 놀릴 때가 많았다. 이 공간을 구청 직원들에게 내준 것이다.

이 덕분에 구청 직원과 민원인 모두 주차 고민을 상당 부분 덜 수 있게 됐다.

경기 부천시는 공공청사와 원도심 주차난을 해소를 위해 아파트·학교와 주차장을 함께 쓰는 '공유 주차장제'를 도입했다.

시는 성곡동 행정복지센터 등 4개 행복센터, 부천보건소, 복사골문화센터의 주차난을 덜기 위해 공무원과 민원인들이 인근 아파트 주차장을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이 밖에 충남 천안에서는 전통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대형마트가 쉬는 둘·넷째 주말에 전통시장 주변 초등학교 운동장을 무료로 개방하며, 강원 원주시는 무실동 법조사거리 주차난 해소를 위해 인근 교회와 주차장 개방을 협의 중이다.

제주도는 특정 지역 단위가 아니라, 공공·민간시설 부설주차장을 일반에 개방하는 시스템을 제도화하려 한다.

도는 행정기관의 시설 확충으로는 근본적인 주차난 해소가 어렵다고 보고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공유 주차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공유 주차제는 아파트, 기업체, 학교 등의 주차장을 일반 주민이 일정 시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주차장마다 여유가 있는 시간대를 고려해 주간에는 아파트 주차장을, 야간에는 학교 운동장 등을 주민에게 개방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노형동 일대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고, 효과를 분석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새로운 주차장을 지을 필요가 없어 예산을 절감하고, 불법주차에 대한 주민의식도 개선될 것으로 도는 기대하고 있다.

7월 말 기준 제주의 자동차 등록 대수는 36만6천216대로, 1인당 자동차 보유 대수가 전국평균(0.42대)보다 높은 0.76대로 전국 최고수준이다.

해마다 급증하는 자동차로 인해 제주시 간선·지선도로와 이면도로는 주차전쟁을 방불케 한다.

◇ '차 1대라도 더…' 폐가·빈땅에 '자투리 주차장' 조성
공공·민간시설 부설주차장 개방을 마냥 기대할 수는 없으므로, 자투리 공간에 주차장을 만들려는 지자체 사업도 병행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는 본시가지 주차난을 해결하고자 수정·중원구 낡은 단독주택 부지를 사들여 공영주차장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매입 대상지는 수정구 태평1동, 중원구 은행1동과 상대원1동 지역의 폐가나 지은 지 30년 이상 된 건축물, 노는 땅이다. 너비 4m 이상 도로에 접하고, 차량 진·출입이 쉬운 진입로가 있어야 한다.

시는 올해 '단독주택 매입 후 주차장 조성 사업'에 25억원을 투입한다.

시는 구도심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2013∼2015년 3년간 189억원을 들여 단독주택 68필지 5천401㎡를 사들여 227면의 주차장을 조성했다.

적잖은 사업비가 들었지만 주민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고육책'이었다.

시 관계자는 "주변 주차 여건, 토지 활용도, 건물 노후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입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재개발, 재건축, 도시재생사업 등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부산시도 2013년 전국 처음으로 '빈집 정비 지원조례'를 제정, 시 예산으로 빈집 1채당 800만원의 철거비를 지원하면서 매년 200채가량의 빈집을 철거하고 있다.

빈집을 철거한 부지는 3년간 공공용지로 제공하도록 해 주차장 등으로 활용한다.

충북 청주시는 상가가 밀집한 흥덕구청 주변 주차난을 해결하고자 사용하지 않는 시유지 5천800㎡에 250면 규모의 주차장을 조성, 주민에게 무료로 개방할 예정이다.

충주시는 담장을 허물고 마당에 주차장을 조성하는 가구에 최대 200만원을 지원한다.

기존 주택의 대문을 고치거나 담을 철거해 주차장 1면을 설치하면 비용의 60%까지 지급하는 것이다. 주차장을 2면 이상 만들면 최대 40만원을 더 지원한다.

강원 춘천시는 도심에 방치된 자투리땅을 주차장으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을 2008년부터 벌이고 있다.

개인 소유의 땅에 춘천시가 주차장을 조성하고, 대신 지주에게는 재산세를 감면해 주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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