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은행 '금융복합점포', 시너지 물음표 뗄까
증권-은행 '금융복합점포', 시너지 물음표 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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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투 이어 현대증권 특화점포 출범 
"오프라인 한계…중장기 성장성 미지수"

[서울파이낸스 차민영기자] 미래 먹거리 고민에 빠진 증권사들이 네트워크 기반의 은행 계열사와의 '합종연횡'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금융복합점포 출현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중장기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증권-은행 손잡고 WM서비스 강화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지난 5일 KB국민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WM(자산관리)에 특화된 '선릉역 WM라운지'를 개점했다. 지난달 말 전라도 광주에 최초의 은행증권 복합점포인 '상무 WM센터'를 선보인 이후 두 번째 복합점포를 선보인 셈이다. 고객 수요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 선릉역 WM라운지에는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 여성 프라이빗뱅커(PB) 3명으로 묶인 1개 팀이 배치돼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 김효종 KB국민은행 WM그룹 대표(오른쪽 두번째)과 이재형 현대증권 리테일부문장(왼쪽 세번째), 임직원들이 지난 5일 열린 KB국민은행-현대증권 복합점포 2호점 '선릉역 WM라운지' 오픈식에서 함께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사진 = 현대증권)

KB금융그룹은 올 하반기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인수합병을 마무리 짓는 한편 총 10개의 WM복합점포를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이재형 현대증권 리테일부문장은 "앞으로도 국내 최대 영업네트워크와 고객을 보유한 KB국민은행과 각 지역의 특색에 맞춘 복합점포를 확대, 개설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IBK기업은행의 자회사인 IBK투자증권 또한 은행 영업망과 고객 기반을 활용해 수익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앞서 IBK투자증권은 '점포 속 점포'를 표방한 '스톡라운지(Stock Lounge)'를 지난 2012년 출범시키며 은행과의 시너지 창출에 주력해 왔다. 현재 IBK투자증권의 스톡라운지는 지난 5월 오픈한 창원지점을 포함해 총 4개로 집계됐다.

'전통강자'로 불리는 신한금융투자 또한 꾸준히 복합점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은행 PB와 증권사 직원이 동시에 손님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적용한 'PWM센터'를 지난 2011년 12월 금융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특히 은행·증권사 직원 각각의 실적을 동시에 인정해주는 더블카운팅(Double Counting) 방식은 후발주자들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신한금융투자의 PWM센터는 총 27개로 불어난 상태며, 자산규모 1억원 이상의 준자산가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PWM라운지'도 전국 17개 점포에서 찾아볼 수 있다.

◇ 복합점포 출현 불가피…성장성은 "글쎄"

증시 전문가들은 은행과 증권사간 합종연횡이 빈번해지는 이유로 저금리 기조에 따른 은행 예금의 매력 저하를 꼽고 있다. 기준금리가 1.25%까지 낮아진 상황인 만큼 더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금융상품을 찾는 투자자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얘기다.

김재우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흔히 은행 고객과 증권 고객의 성향이 첨예하게 갈린다는 얘기가 있지만 실상을 보면 그렇지 않다"며 "은행 예금의 매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다양한 금융상품의 수요가 늘어나는 건 당연하듯, 종합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구경회 현대증권 금융팀장도 "이론적 측면에서 볼 때 복합점포 출현의 당위성을 부정하기는 힘들다"며 "그러나 결국 복합점포 사업 자체가 얼마나 경쟁력 있느냐의 문제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오프라인 채널이라는 태생적 한계다. 결국 '은행 영업망'에 기반해 조금 변형된 형태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온라인 채널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온라인 서비스의 가장 큰 무기는 낮은 수수료 등 저렴한 자산관리 비용이다.

금융상품 방문판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0일 은행과 증권사의 금융투자상품 방문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의 '방문판매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보험직원처럼 영업지점이 아닌 가정 방문을 통해 금융상품을 팔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오프라인 채널의 위상도 더욱 축소될 전망이다.

한편, 현재 복합점포 운영 실태나 성과에 대한 분석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들이 지점별 실적을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점도 이에 일조했다. 김재우 책임연구위원은 "증권사 입장에서 복합점포 사업 실적을 분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업 시행기간이 아직 너무 짧고 자료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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