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복될 수 밖에 없는 '비자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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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윤호기자] "비자카드가 무대응으로 나오는데 법무법인 선임은 물론, 비자 본사 방문 비용까지 부담할 카드사가 있겠습니까" (모 카드사 관계자)

비자카드의 일방적 수수료율 인상에 강력 대응하겠다던 국내 카드업계가 돌연 소극적 태도로 돌변했다. 비자 본사가 카드업계의 항의방문 계획 제안까지 연이어 묵살하는 상황에서 굳이 비용을 써가면서 '의미 없는' 싸움을 진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게 이유다.

앞서 비자는 올해 4월 말 국내 카드사를 대상으로 크게 6개 항목의 수수료율을 인상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국내 소비자가 해외 가맹점에서 부담하는 해외결제 수수료율을 1.0%에서 1.1%로 인상한 것이다. 특히 비자카드는 동북아시아 중 유일하게 한국만 인상을 결정하면서 세간의 공분을 샀다.

여론 악화와 함께 카드사들이 잇따라 반발하자 비자는 시행시기를 오는 10월에서 내년으로 미뤘지만 당초 계획을 번복하지는 않았다. 이에 여신금융협회와 카드사들이 법무법인 율촌을 선임하고, 비자본사 항의방문 계획 제안을 비자코리아 측에 전달했지만, 비자 측은 철저히 모르쇠로 대응하고 있다.

사실 비자 측의 이같은 대응은 처음이 아니다. 비자는 지난 2010년에도 BC카드와 결제망 분쟁에서 입장을 굽히지 않았던 전례가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결제망을 무기로 업체들과의 협상보다는 일방적 통보를 해왔던 것.

때문에 당초 항의대응 제안이 나왔을 때도 '대답 없는 메아리'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했다. 결국 현 상황 역시 예상이 적중한 모양새다. 오히려 비자 항의의 중심에 섰던 여신협회만 난처하게 됐다.

개별사들은 비자 의존도를 낮추는 등 우회적 보복(?)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현실성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서는 국내 카드시장이 상당 수준에 도달한 만큼 우리도 해외결제망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 역시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목을 잡는다.

현재로서는 이번 비자 사태 역시 별다른 소득없이 유야무야 흘러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비자의 갑질에 휘둘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업계가 나서기 어렵다면 정부와 금융당국이 거대 글로벌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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