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험영업의 퇴행적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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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서지연기자] 얼마 전 대형 생명보험사에서 한 지역단의 마케팅파트장이 돌연 사망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아직까지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건 전날, 노조의 지역단 방문에 저녁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주위에서는 저녁식사 뒤 자신의 차에서 잠을 자다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은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면서도 '남의 일 같지 않다', '터질 일이 터졌다' 등의 반응을 내비쳤다.

특히 해당 보험사는 최근 실적이 부진한 지점장에게 반성문 취지의 '깜지'를 강요해 세간의 입길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결국 금융업종 가운데서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업무 스트레스와 함께, 보험업 특유의 술자리 문화가 이같은 화를 불러왔다는 게 공통된 인식인 듯 하다.

사실 영업현장에서의 이같은 사건사고는 특정 보험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보험업 종사자라면 과중한 업무와 빈번한 술자리로 인한 사망사고는 물론, 실적압박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2년간 한 대형 생명보험사 직원은 지역 영업소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일주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또 다른 생명보험사 총무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했다 중태에 빠지기도 했다.

이 외에도 많은 사건사고들이 회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유가족 보호를 이유로 세간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보험영업의 구시대적 관행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없다. 은행, 증권과 달리 보험 영업은 대부분이 외부에서 고객을 직접 발굴해야 하는 아웃바운드 형태로 진행된다.

영업부서 근무자들은 주간 또는 월별 업적을 점수화해 사내전산망을 통해 순위가 매겨진다. 동료 직원들과 비교 당하기 일쑤며, 실적이 부진하면 인격모독까지 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관리직인 지점장급도 예외가 아니다. 지점장 전체회의가 열리면 본사 임원으로부터 '당장 목표달성 대책을 내놓으라'는 식의 고성과 인격적 모욕을 당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때문에 본사에서 할당하는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지점장이 직접 사비를 터는 일도 빈번하다는 게 영업담당 직원의 전언이다.

올해 국내 보험산업은 총자산 '1000조 시대'를 앞두고 있다. 순수 국내자본의 보험사가 설립된지 71년 만이다. 최근에는 인터넷은 물론 빅데이터와 SNS 마케팅 등 보험영업 기법도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같은 외형적 성장과 달리 일선 영업현장에서는 여전히 구시대적 관행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갈수록 포화상태를 보이는 보험시장에서의 실적 만능주의는 보험서비스의 질적 저하는 물론 크고 작은 화를 부를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사람이 우선'이라는 보험사들의 구호가 안으로부터 지켜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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