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은행권이 베트남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
[전문가기고] 은행권이 베트남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
  •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 moonjonghuh@wfri.re.kr
  • 승인 2016.09.02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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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경제가 내수와 수출의 동반 호조세에 힘입어 나홀로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글로벌 수요 부진과 원자재가격 하락에 따라 성장세가 둔화된 주변국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최근 5년 간 베트남 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은 5.9%에 달해 ASEAN-5 국가 중에서 가장 양호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고성장 중인 실물 경제와 함께 신용 시장은 더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 2008년까지만 해도 100%를 밑돌던 베트남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내 여신비율은 지난해 128.3%까지 올라섰다. 아시아 신흥국의 평균치(124.9%)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이같은 베트남 경제의 고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이 부각되면서 외국인 직접투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45% 수준인 낮은 임금과 정부의 강력한 투자 인센티브 제공, 인프라개발 확대가 뒷받침된 결과다.

경제와 함께 베트남 은행산업도 주변국에 비해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지만, 신용시장이 빠르게 확대된 만큼 과거에 비해서는 성장 속도가 둔화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베트남은 개혁개방 당시 경제안정화를 주요 정책과제로 삼고 은행부문을 중심으로 한 간접금융 시스템의 틀을 마련하는데 주력해왔다.

향후에는 베트남 정부가 금융시장 확대와 국영기업의 민영화, 인프라개발 등을 진행할 방침에 있어 주식·채권 등 직접금융 시장의 성장세가 기대된다. 베트남 주식시장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60%의 고속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명목 GDP 대비 주식 시가총액은 27.4%에 불과했다. 주변국 평균(73.8%)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 연령 28세라는 젊은 인구구성과 가계소득의 빠른 증가세, 발전 정도가 미흡한 금융 인프라 등을 감안하면 베트남 시장, 특히 소매금융 시장의 발전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평가된다. 베트남 은행의 대출자산(2012년) 중 소매금융은 28%에 불과해 기업금융(66%)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 은행의 고객접근성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15세 이상 베트남 인구 중 은행 계좌 보유율(2014년 기준)은 30.9%에 그친다. 60.7% 수준인 세계 평균 수준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말레이시아(80.7%)나 태국(78.1%) 등의 주변국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다. 인구 10만명당 보급된 ATM 대수(2014년)는 23.6대다. 역시 태국(111.3)나 인도네시아(49.5대)에 비해 현저히 적다.

아울러 베트남 인구는 소비성향이 높은 20~30대가 전체의 35.8%를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의 젊은층은 상위 연령층에 비해 은행 대출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들의 빠른 소득 확대는 은행의 소매금융 성장에 기회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들 역시 구매력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젊은층을 주요 잠재고객으로 설정하고 있다. 맥킨지 조사에서도 21~29세에 해당되는 베트남의 젊은층들은 인터넷뱅킹과 같은 새로운 금융 스타일에 더 친숙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면에서 모바일전문은행을 통한 국내 시중은행의 베트남 진출 전략은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아직 현지 금융 인프라가 미비한 상황인 만큼 현지화 전략을 통한 신속한 시장 선점에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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