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리에 대한 증권사들의 황당한 인식
[기자수첩] 비리에 대한 증권사들의 황당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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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기자] 기록적인 폭염으로 뜨거운 여름이 화제가 되고 있지만 증권가를 바라보는 고객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임직원의 비리와 횡령 때문이다.

A 증권사 임원은 최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적발됐다. 시세 조종꾼과 결탁해 주가 조작으로 수십억 상당을 챙기다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하는 증권사의 모 차장은 고객과 지인에게 "25%의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는 감언이설로 돈을 받아 잠적해 고소를 당했다. 2년간 피해 규모만 2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의 비리와 횡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가 신문의 경제면이 아닌 사회면에 더 등장한다"는 비아냥까지 흘러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증권업계에서는 매년 10건 가량의 횡령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사고 금액도 천문학적이다. 금감원 조사 결과 올 상반기에만 누적액이 10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 일반인으로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액수다.

연이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증권가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실감케 한다.게다가 이를 대하는 증권업계의 대응은 대체로 황당하기까지 하다.

해당 증권사들은 대부분 사건을 쉬쉬하다가 뒤늦게 적발돼 고객들을 더욱 실망시겼다. 또 "개인이나 일부의 일탈일 뿐, 증권사 전체를 매도하지 말아 달라"는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기 일쑤다.

이는 그나마 양반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일확천금을 노리고 섣불리 덤벼드는 고객의 그릇된 투기심이 잘못"이라며 오히려 피해자들을 꾸짖는다.

증권사들이 이런 자세를 고치지 못한다면 소비자들에게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더 많은 비리가 감춰져 있다는 부정적인 의식만 심어줄 뿐이다.

증권업계는 낯 뜨거운 일들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직원들의 윤리의식 강화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철저하고 주기적인 교육을 행함으로써 직원들이 '검은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

감독 당국 역할도 막중하다. 증권가에서 조금이라도 이상 기류가 감지될 때, 신속하고 정확히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더 정교하게 보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비리나 횡령 등 사건에 대해서는 엄중한 제제 조치를 부과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한 후 적당한 처벌에서 끝난다면 문제를 영원히 해결할 수 없다.

증권사는 기본적으로 신뢰라는 날개를 달고 운영된다. 날개를 다친 새는 날 수 없듯, 한 번 신뢰가 훼손되면 회복은 쉽지 않다.

증권업을 혹자들은 '자본시장의 꽃'이라고 한다. 증권사가 비리와 금전사고로 '병들고 시들어 버린 꽃'이 아닌 소비자의 재산을 지켜주고 국가경제에 이바지 하는 '참된 의미의 꽃'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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