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IB시대ⓛ] 미래에셋대우 D-65…박현주 회장이 그린 미래
[초대형IB시대ⓛ] 미래에셋대우 D-65…박현주 회장이 그린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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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에셋증권(좌), 미래에셋대우(우) 건물 전경. (자료 = 각 사)

[서울파이낸스 차민영기자] 통합 미래에셋대우 출범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사전 밑그림들이 드러나고 있다. 작년 말 거대 금융지주를 등에 업은 한국투자증권과 KB투자증권을 제치고 미래에셋대우(KDB대우증권) 인수 티켓을 거머쥔 순간부터 증권 판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한국 자본시장의 DNA를 바꿔보겠다"던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차후 행보가 주목된다.

◇ 연내 합병 추진…수평적 직급체계 도입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오는 11월1일 자기자본 6조7000억원의 초대형 투자은행(IB) '통합 미래에셋대우'로 새롭게 태어난다. 전산통합문제나 노조와의 협의 등 선결 과제가 남아있는 만큼 12월로 기한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 측은 연내 시행 방침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합병일이 늦춰질 경우 11월 말로 예정됐던 주주총회나 신주상장 등 이후 일정들도 미뤄진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5월 출범한 합병 관련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창업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증권사 통합을 위한 사전작업에 임하고 있다. 창추위가 내놓은 방안 중에는 사원에서 부장에 이르기까지 5단계에 달하는 직급을 2개 직급으로 통합하는 다소 파격적인 행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직급보다 성과를 우선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미래에셋증권이 증권업계 최초로 수평적 직급체계를 시도하는 곳은 아니다. 이보다 앞서 삼성증권이 지난 5월 중순 연차가 아닌 개인 역량에 의해 직급이 결정되는 수평적 직급체계를 도입한다고 밝혔기 때문. 삼성증권은 지점 영업직원도 PB라는 호칭으로 일원화한다는 방침이다. 같은 그룹사인 삼성전자 역시 유사한 수평적 사내문화를 도입키로 결정한 바 있다.

현재 창추위는 미래에셋대우 노조에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한 수평적 직급체계 도입 방안을 전달하고 의견을 조율 중에 있다. 노조가 없는 미래에셋증권의 직원들이 미래에셋대우 노조의 입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통상 인수합병 때마다 불거지는 구조조정 문제에 대한 우려는 일단락된 상태다. 통상 증권가 M&A 시즌마다 빠지지 않는 게 인력 중복 문제다. 특히 지점 폐쇄 등을 통해 손쉽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영업점포 직원들의 불안감은 상대적으로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기존 대우증권 시절 노조가 같은 인수 후보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KB투자증권을 조건부 지지한 데에도 이 같은 우려가 주효했다.

그러나 당초 증권업계의 우려와 달리 통합 미래에셋대우는 내년 상반기까지 신입사원을 신규 충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현주 회장 또한 미래에셋증권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통합된 미래에셋의 자산 규모로 봤을 때 점포는 300개 이상도 가능하다"며 "대우증권 직원이 잘못한 게 아닌데 잘한 직원들에까지 상처를 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홍성국 현 미래에셋대우 사장도 "(통합)미래에셋대우 출범 후 구조조정은 없다"며 직원들을 안심시키고 나섰다.

◇ 모험자본 육성 통해 기업성장 토양 마련

그렇다면 국내 리딩 증권사로 도약한 통합 미래에셋대우가 그리는 큰 그림은 무엇일까. 바로 모험자본 육성을 통해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박 회장은 실리콘밸리의 사례를 들며 기업들의 혁신적 성장이 리스크를 부담하는 모험 자본에 의해 발전해왔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한국 자본시장의 DNA를 바꿔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 회장은 또 "미래에셋이 쌓아온 투자 전문가로서의 노하우와 대우증권이 가진 투자은행(IB) 역량을 결합해 우리 기업이 성장하는 투자 금융의 토양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모험자본 육성 전 선결과제인 '리스크 관리' 문제를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 대우증권의 결합을 통해 이뤄낸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초대형 IB 육성방안은 회사가 초대형 IB로 성장하는 데 있어 거름이 되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일 자기자본 3조원, 4조원, 8조원 이상의 증권사들에 차등 혜택을 주는 초대형 IB 육성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육성방안의 시행 시기는 결산년도를 고려해 내년 2분기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현재 증권업계에서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증권사는 통합 미래에셋대우(6조7000억원)와 NH투자증권(4조5000억원) 뿐이다. 물론 통합 KB증권(KB투자증권+현대증권)(3조8000억원)과 삼성증권(3조4000억원)과 한국투자증권(3조2000억원) 역시 유상증자나 M&A를 통해 4조원 리그에 참여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는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조달'과 '외국환업무'가 조건부로 허용된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는 자금조달 과정에서 레버리지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대신 의무적으로 기업금융에 일부를 사용해야 한다. 레버리지 비율은 총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정부의 레버리지 비율 제한 규제는 증권사의 과도한 차입을 막기 위해 지난해 도입됐으나 시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밖에도 일본 노무라증권의 행보 또한 박 회장의 관심 사안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전 박 회장은 노무라증권과 모기업 노무라홀딩스를 예로 들며 점포 확장 및 기업 대형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작년 말 기준 현재 노무라증권의 합병 이후 점포 수는 177개에 달하며, 인력 규모는 4700명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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