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한진해운 자구책, 사실상 4000억원 수준"
산은 "한진해운 자구책, 사실상 4000억원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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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6천억 지원 부담…30일까지 의견 취합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한진해운이 채권단에 제출한 최종 자구계획이 사실상 4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 자구안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수준이라는 게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의 평가다.

26일 산업은행이 공개한 '한진그룹 제시 부족자금 조달방안'에 따르면 한진그룹과 한진해운은 대한항공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올해 총 4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올해와 내년에 각각 2000억원씩 지원하는 방식이다.

한진 측은 대한항공이 이미 보유한 지분에 대해서는 무상감자를 수용하되, 신규지원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감자에서 제외한다고 설명했다. 감자 효력이 발생할 11월 초순 이후 한진해운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유상증자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채권단 출자전환과 대한항공 출자 시기는 12월 초순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2000억원의 유상증자는 내년 7월께 진행하겠다는 게 한진 측의 계획이다.

▲ 한진해운이 지난 25일 제출한 자구계획안이 채권단의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위기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4000억원 외에도 기타 계열사 신규 지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개인적인 유상증자를 통해 1000억원 규모를 추가로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다만 이는 채권금융기관 자금지원이 이행된 이후에도 추가 부족자금이 발생했을 때를 고려한 '조건부 계획'이다. 실질적인 자구계획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 밖에도 자구안에는 대한항공이 보유한 영구채 2200억원에 대해 출자전환·기한연장을 추진하고, 이자율 조정과 이자 지급 유예를 통해 한진해운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미국 소재 국제 터미널(TTI)의 주주대출채권을 매각해 600억원을 마련한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이번 자구책 가운데 실효성 자금은 4000억원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한진해운 부족자금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산업은행이 밝힌 한진해운의 부족자금 규모는 올해 8000억원, 내년 2000억원 등 총 1조원에 달한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했을 때는 1조3000억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 더욱이 이 규모는 현재 진행 중인 용선료 협상과 채무 재조정이 모두 완료됐을 때를 가정한 수치다. 

결과적으로 이 자구안을 수용하면 채권단이 6000억원을 지원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채권단의 지원이 선행돼야 하는 상황이다. 한진 측은 유상증자 이전의 자금대여는 법적 제약으로 인해 불가능한 상황이라, 12월 유상증자 이전까지는 채권단이 부족자금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정용성 산업은행 구조조정부문 부행장은 "(한진해운 자구안에서) 실효성 자금은 4000억원 뿐, 그 외에는 유상증자가 완료된 후에도 부족자금이 발생하면 1000억원 한도로 지원한다는 예비적 성격"이라며 "TTI 지분 600억원 매각도 담보 문제 등으로 얼마가 가능한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채권단 실무자 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한진해운 자율협약 지속 여부와 신규자금 지원 의향이 논의된다. 산업은행은 회의 이후 각 채권금융기관별로 입장을 결정토록 하고, 오는 30일까지 답변을 받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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