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또 다른' 야쿠르트 아줌마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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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최근 대법원이 통칭 '야쿠르트 아줌마'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고 개인사업자라는 판결을 내리자 네티즌들 사이에선 논쟁이 뜨겁다.

이 사건은 지난 2002년 한국야쿠르트와 위탁판매 계약을 맺고 12년간 부산에서 야쿠르트와 같은 유제품을 고객에게 배달 일을 했던 한국야구르트 위탁판매원 출신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지급 청구 소송에서 비롯됐다.

10년 넘게 하던 위탁판매 일을 그만두게 되자 A씨가 회사에게 퇴직금 299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2014년 5월 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재판부는 "위탁판매원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회사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근무복 제공이나 보험 지원, 교육 등은 판매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배려일 뿐 한국야쿠르트로부터 지시나 통제, 지휘·감독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한국야쿠르트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많은 네티즌들은 "근로자 아니면 사장님이란 소리냐"며 이번 판결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또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이들의 불안정하고 열악한 지위를 간과하고 지난 2006년 이후 조금이나마 개선됐던 근로자성 관련 판례 법리를 역행한 것임을 지적하고자 한다"고 비판했다.

사실 재판부 설명대로 야쿠르트 아줌마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 개인사업자이지만 자영업자처럼 독립적으로 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특정 사업주(한국야쿠르트)에 종속돼 일한다. 즉 자영업자로도 혹은 임금노동자로도 간주받지 못하는 애매한 위치에 있어 통상 이들은 '특수고용 노동자'로 불린다.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마트 판매원, 택배 기사, 대리운전 기사 등이 이에 해당된다.

논란의 여지는 남지만 이번 판결의 근거가 '근로기준법'이라는 점에서 마냥 사측을 비난하기도 어렵다. 한국야쿠르트 역시 이번 결과에 대해 "마음은 편치 않다"는 입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야쿠르트 아줌마는 한국야쿠르트의 정체성과 다름없다.

지난 1971년 한국야쿠르트에서 요구르트 배달 및 판매를 중년 여성들이 담당하면서 시작된 '야쿠르트 아줌마' 직업은 주부들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일과 가사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현재 야쿠르트 아줌마는 전국 1만3천여명에 이르며 600여개의 영업소가 있다. 임금은 판매의 일부인 25%를 수수료로 받는 형식이다.

모바일 등 유통 채널이 다양하게 확보되고 있는 현재까지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한 방문판매 영업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1971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45년 정도간 유지했던 야쿠르트 아줌마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함도 있다는 설명이다.

또 야쿠르트 아줌마들을 위해 다양한 복지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4대 보험은 안 되지만 이 외의 보험 지원(상해보험)과 건강검진, 성과상, 육아비 등 다양한 복지혜택을 누리게 함과 동시에 회사 내부적으로도 야쿠르트 아줌마와 통한 '끈끈한 정'을 나누는 문화가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소송 결과를 두고 어느 한 쪽에 대한 일방적 비난과 선입견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그간 쟁점화되지 못했고 외면 받아왔던 '특수고용직'의 목소리에 좀더 귀를 기울이고,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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