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값 추락에도 타이어 가격 '찔끔'…독과점 탓?
고무값 추락에도 타이어 가격 '찔끔'…독과점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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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 외 가격요인 많아"

[서울파이낸스 정수지기자] 최근 고무를 비롯한 타이어의 주요 원재료 가격이 크게 하락한 가운데 국내 타이어 3사의 타이어 가격은 소폭만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3사는 인터넷 판매 가격을 통제하려고 한 정황 때문에 공정위 조사까지 받고 있어 원재료 인하 폭을 가격에 더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사진=연합뉴스)

25일 한국, 금호, 넥센 3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타이어 원재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천연·합성 고무 가격이 최근 5년간 내림세다.

한국타이어는 2015년 천연·합성 고무를 각각 1t당 180만원, 220만원에 구매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20.0%, 17.2% 하락한 값이다. 반면 2015년 타이어 가격은 1본당 6만7282원으로 전년 6만8972원에서 2.5% 내리는 데 그쳤다.

금호타이어의 2015년 천연·합성 고무 가격은 1t당 각각 182만원, 223만원으로 전년대비 17.6%, 11.3% 줄었으나 타이어 가격은 2014년 6만5535원에서 2015년 6만2205원으로 5.1% 인하했다.

넥센타이어는 2015년 천연·합성 고무를 1t당 각각 176만원, 232만원에 사들였다. 전년대비 각각 20.7%, 17.5% 하락했다. 타이어 가격은 2014년 5만1726원에서 2015년 5만1257원으로 0.9% 줄었다.

고무 가격이 급등했던 2011년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한국타이어의 2015년 천연·합성 고무 가격은 2011년 대비 각각 66.6%, 45.6% 떨어졌으나 타이어 가격은 10.2% 감소했다. 금호와 넥센도 비슷한 추세다.

일각에서는 타이어 3사가 국내 시장 점유율의 90%를 차지하는 과점 구도 때문에 원재료 인하 폭을 가격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업체들의 최근 실적을 고려하면 가격을 인하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과 넥센은 올해 상반기 각각 16.7%, 13.4%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개선됐다.

개별 소비자는 타이어를 자주 구매하지 않는데다 타이어를 교체할 때 원래 장착했던 브랜드나 정비업체가 추천한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강한 점도 타이어 업체가 가격 인하에 소극적인 이유로 분석된다. 이는 구매력이 있는 완성차 업체가 원재료 가격이 낮아지면 공급가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과 대비된다.

업체들은 타이어 가격에는 원재료 가격 외 제품 구성과 환율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고 항변했다. 또 사업보고서에 공시한 판매 가격은 해외 매출을 포함하기 때문에 실제 국내 가격 인하 폭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2011년 대비 원재료 가격은 30%, 타이어 가격은 15%가량 인하됐다"며 "물가상승률에 따른 임금 인상과 감가상각비 등 비용 때문에 원재료 하락 폭만큼 가격을 낮추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229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금호타이어는 어려운 경영 상황을 이유로 꼽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당사는 그동안 워크아웃으로 인한 변수가 많았다"면서도 "최근 3~4년간 소매판매가격은 20~30% 하락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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