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가한 가계빚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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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최근 금융권에선 금융당국과 통화당국간 엇박자가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뜨거운 감자'가 된지 오래인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관계기관간 뚜렷한 시각차가 발단이 됐다. 

공방의 첫 단추는 한국은행에서 끼웠다. 지난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에도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위험성을 지적하고 나선 것. 그러자 다음날인 12일 금융위원회가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작년에 비해 두드러지게 감소했다"는 상반된 견해를 내놓으며 맞받았다.

결과적으로 한국은행이 더 강력한 처방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보인 반면, 금융당국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식의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유지한 셈이다.

이런 과정을 두고 시장에서는 머리를 싸매고 협의해야 하는 두 당국이 정책 공조보다는 불편한 기류만 형성하고 있다는 비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한국은행의 지적을 반박할 게 아니라 되새겨봐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라 제기됐다.

특히 금융위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안착 근거 중 하나로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6월 6조5000억원에서 7월 6조3000억원으로 불과 2000억원 감소한 부분을 꼽은 점은 지나치게 한가한 해석이라는 평이다. 더욱이 금융당국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면서 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둔화됐다'는 취지의 반박자료를 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다.

실제 올 상반기 상호금융, 저축은행, 보험사 등 2금융권 대출은 작년 말보다 34조8909억원 증가해, 사상 최대 규모인 671조6752억원을 기록했다. 풍선효과 탓에 오히려 가계부채의 질은 나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위와 한국은행의 견해차를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이어진 가운데, 두 조직은 가계빚 문제를 논의하는 '가계부채 관리협의체 회의'를 가졌다. 지난 2월 열린 이후 무려 반년만에 재개된 회의다. 이번 논의를 기점으로 두 기관이 인식차를 좁힐 수 있을지도 주된 관심사다.

물론 두 조직의 인식차를 떠나, 이미 오랜 딜레마가 돼버린 가계부채 문제를 두고 정부가 명약을 처방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한국은행이 우려한 가계부채 문제와는 별개로 여전히 시장에서는 추가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상존하는 상황이다.

또 당초 예고됐던대로 제2금융권 대출 규제는 강화된다고 하더라도, 기껏 살린 부동산 경기를 가라앉힐 우려가 있는 강력한 규제 드라이브까지 걸기에는 정부로서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저성장과 가계빚 사이에서 정부의 절묘한 처방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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