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 조선·해운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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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지난달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열린 '해운조선정책포럼 세미나'. 구조조정에 들어간 조선·해운업이 그동안 상생은 커녕 이에 대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한 세미나 참석자는 "금융권에서 지원하는 것보다는 선주와 조선소가 협력해서 살리는 것이 시너지 효과가 크다"며 "조선소, 화주, 대형선사가 같이 살아가는 길을 택한 일본이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한국 조선·해운업이 생사의 기로에 선 가장 큰 요인이 기업 내부에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는 앞 다퉈 수주 경쟁에 뛰어들면서 저가 수주까지 감행해 부실을 키웠다. 부가가치가 높았던 해양플랜트를 잇따라 수주해 세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자평했지만, 돌아온 건 조 단위 적자다. 주인의식 없는 방만 경영도 최근 대우조선 사례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해운업 역시 호황 당시 맺은 고가의 장기용선계약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근시안적인 경영의 말로다.

특히 조선사와 선사의 '상생'을 택한 일본의 사례를 보면 한국 해운·조선의 위기는 더욱 아쉽다. 일본의 조선사는 자국발주 비중이 60%가 넘는 반면 한국은 12%에 불과하다. 수주절벽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도 일본의 수주잔량이 한국을 바짝 뒤쫓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기업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한계기업을 솎아내는 그동안의 구조조정 방식을 달리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선·해운업의 특성을 무시하다 보니 상생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을 수출산업으로 보면 안 된다. 내수가 절반정도는 받쳐줘야 한다"며 "일본은 조선사·화주 ·선사가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서로가 발전해 왔다"고 강조했다.

조선·해운 행정의 일원화가 되지 못한 것도 상생이 힘든 원인으로 지목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에서 나오는 말이 엇박자를 보이는 것을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주 목격되기도 했다.

이전부터 조선·해운 상생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있었다면 국내 해운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용선료 협상에서도 잡음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조선업도 국내 선사들의 안정적인 수요가 있었다면 현재의 위기까지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소 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정부가 조선·해운업의 선순환 구조 만들기에 나선 것은 일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생존을 건 치열한 반성이 소기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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