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노미네이션, 지하경제 양성화? 부피 준 화폐 '다시 장롱속으로'
리디노미네이션, 지하경제 양성화? 부피 준 화폐 '다시 장롱속으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硏 분석

[서울파이낸스 온라인속보팀]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화폐 단위를 바꾸는 이른바 '리디노미네이션' 정책으로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되레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5일 '화폐단위 변경을 통한 지하경제 양성화의 조건'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화폐 단위를 변경하는 자체만으로 지하자금을 양성화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어 보인다"며 "그런 효과를 보려면 구권(舊券)을 신권(新券)으로 교환하는 과정에서 구권의 일부를 강제예금하는 등의 조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화폐 단위를 변경하면 구권을 신권으로 바꿔야 하기때문에 '장롱' 속에 있는 돈이 일단 나오게 되지만, 구권을 모두 신권으로 교환해준다면 신권으로 교환된 지하자금이 다시 장롱 속으로 되돌아가면서 지하자금 양성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장롱 속의 현금은 신권으로 교환되는 과정에서 부피 감소로 보관이 훨씬 쉬워지면서 지하경제 양성화가 더욱 곤란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62년 정부가 10환을 1원으로 바꾸는 2차 화폐개혁을 실시했지만, 구권을 모두 신권으로 교환해줬기 때문에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박 연구위원은 "구권의 일부를 강제예금하게 하는 방식은 현재 우리 경제의 수준에서 적합하지 않다"며 "화폐교환 과정에서 누가 얼마나 바꿨는지 실명을 확인해 세무조사에 활용하는 것도 세련된 방식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리디노미네이션 가능성에 대해 "전혀 계획이 없다"면서 "한번 연구해볼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하기에는 혼란이 크다"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