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왜 자동차는 온라인 구입이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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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전자상거래가 발달한 대한민국에서도 온라인으로 살 수 없는 제품이 있다. 바로 자동차다.

국내에서 중고차 거래는 까다로운 법규 아래 이뤄지고 있지만 신차는 현행법상 제약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물량 자체가 나오지 않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온라인에서도'라는 취지로 시작된 티몬의 '큰 그림'은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이하 재규어 코리아)와 공식 딜러사인 아주네트웍스와의 불협화음으로 허무하게 끝났다.

티몬은 지난 8일 재규어XE의 차량 2종을 4700만원~4800만원에 내놓았다. 정상가(5400만~5510만원)와 비교하면 700만원이나 저렴했다. 5000만원대에 육박하는 고가 차량 20대는 3시간 만에 완판 됐다. 온라인 유통업계는 소비자의 수요에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 가능성은 불과 하루만에 한여름 밤의 꿈이 됐다. 재규어 코리아와 딜러사는 '정식 판매'가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심지어 재규어XE 차량이 온라인 '최저가'에 판매된다는 것을 두고 재규어 코리아는 브랜드 이미지 훼손 소송 등을 거론하며 발끈했다.

하지만 온라인과 '최저가'를 떼어놓을 수는 없다. 유통과정에서의 마진율을 줄여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온라인 판매의 장점이다. 한정수량이라도 거품 빠진 가격에 소비자들이 몰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재규어 코리아의 주장처럼 티몬이 '말도 안되는' 가격을 소비자에게 제시한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티몬이 제시한 재규어XE 차량의 가격은 아주네트웍스로부터 근거한다.

아주네트웍스는 가격 문의를 해온 SK엔카에게 '임직원 특판 및 법인차량 구매'와 관련된 것으로 해당 차량의 견적을 제시했다. 법인 차량이라면 해당 가격으로 차량 구입이 가능한 것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재규어 코리아가 프리미엄 이미지를 고수했을지 모르지만, 수입차의 가격 거품 논란은 불가피하게 됐다. 이미 국내에서 수입차의 할인관행은 널리 알려져 있다. 가격을 높게 부르고 할인 경쟁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는 방식이다. 혹은 딜러들이 마진율을 얼마나 포기하느냐에 따라 소비자들은 제각각 다른 가격에 차량을 구입하게 된다.

온라인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중장기적으로 '온라인 자동차 판매 확대'를 예상하고 있다. 테슬러는 물론이고 국내 기업인 현대차 역시 영국과 스페인 등 유럽에서 온라인에서 차량을 판매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고 있는 이베이는 미국에서 '이베이모터스'를 운영하며 중고차 전문몰로 손꼽힌다.

물론 국내시장의 경우 당장은 힘들 수 있다. 현재 영업권을 갖고 있는 이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시장의 경우 수요보다 공급(딜러사)이 더 많은 구조다. 재규어 역시 공식 딜러사만 9개가 존재한다.

하지만 결국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가지 못하는 업체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과거 '프리미엄'을 내세워온 수많은 유통업체들이 저마다 온라인판매 채널을 갖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 들어 서울지역 신규등록 차량 10대 중 1대 이상이 외제차라는 소식이 들린다. 언제까지 이들이 높은 콧대를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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