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퇴직금마저 압류당할 뻔"…팬오션 우리사주의 '덫'
[초점] "퇴직금마저 압류당할 뻔"…팬오션 우리사주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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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오션은 해당직원들을 대상으로 월 급여에서 일부를 공제하는 급여 사전공제와 퇴직급여(퇴직금 또는 퇴직연금) 가압류를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억대 빚 떠안은 직원들 상대로 강압적 채권추심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지난해 법정관리를 졸업한 팬오션이 과거 우리사주 매입으로 억대 빚을 떠안은 전·현직 직원들을 상대로 강압적 채권 추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해당 직원들의 급여 및 퇴직금까지 압류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사고 있다.

10일 본지가 입수한 팬오션의 우리사주 관련 매뉴얼에 따르면 회사는 '우리사주 대출금 미상환 퇴직자 채권추심 업무'의 퇴직 전 조치사항으로 네 가지를 명시했다. 특히 팬오션은 해당 직원들을 대상으로 월 급여에서 일부를 공제하는 급여 사전공제와 퇴직급여(퇴직금 또는 퇴직연금) 가압류를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과의 법적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어 매뉴얼대로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대출금 회수를 위한 팬오션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입수한 매뉴얼의 '퇴직 후 조치사항'을 보면 채권추심을 위해 'SM신용정보(당시 솔로몬신용정보)'와 계약을 맺고 강제집행에 들어갔다. SM신용정보 관계자는 "2년 전에 계약을 맺었다. 채권자(팬오션)로부터 의뢰 받은 대상 중 항해사들이 많다"며 "평균 5000~8000만원의 채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팬오션의 '우리사주 사태'는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장 당시 팬오션은 총 주식발행수의 20% 가량인 6861만9282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했다. 조합원 수는 1226명으로, 2007년은 해운업의 호황기로 불리던 때다.

팬오션 직원들은 1인당 평균 1억원에 가까운 주식을 매입했고, 이 과정에서 팬오션은 당시 STX그룹 계열의 흥국저축은행을 통해 직원들에게 주식매입을 위한 자금까지 대출해줬다. 계열사까지 동원해 직원들에게 거액 빚을 떠넘긴 것이다.

팬오션 전 직원은 "당시 우리사주를 매입하지 않거나 수동적인 자세를 보이면 애사심이 없는 것처럼 인식되는 분위기였다"고 토로했다. 이를 통해 본사 직원만 550명 중 500여명 가량이 우리사주를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우리사주를 떠안은 직원들은 보호예수 탓에 1년간 매매가 불가능했고, 팬오션은 세계 경제침체로 운임지수가 하락하면서 난항을 거듭했다. 호황 당시 맺었던 고가의 장기용선계약은 팬오션 부실의 도화선이 됐고, 주가는 연일 곤두박질 쳤다.

결국 팬오션은 2013년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2년 후 하림그룹에 인수됐다. 이 시기에 팬오션은 20대 1, 1.25대 1의 감자를 단행, 주가는 바닥을 찍었다. 우리사주를 갖고 있던 직원들의 빚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한 우리사주조합원은 "연차, 직급별로 최대 1억5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았다"며 "대출금 중 절반은 무이자로 회사가 빌려주고 나머지는 흥국저축은행에서 이자율 6%대로 빌렸다. 시중은행을 통했다면 더 낮은 이자율로 대출 받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흥국에서 빌린 이자를 회사에서 5년간 대납해줬지만 현재 이 부분까지 합쳐 대출금 상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직원은 "회사가 대출금 회수를 위해 월급과 퇴직금에까지 손을 대려했던 사실을 알고 분노를 금치 못했다"며 "경영진들의 사과는 커녕 빚더미를 떠안은 직원들은 아랑곳 않고 회사만 살고 보자는 식의 태도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지적에 대해 팬오션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측 관계자는 "(직원들에 대한 채권추심은) 법원의 지급명령에 의해서 진행되는 사항"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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