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수수료 인하 "왜 하필 지금?"
은행 수수료 인하 "왜 하필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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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은행들이 수수료 인하와 예금금리 인상에 나설 조짐이다.
먼저 수수료 인하의 불을 지핀 곳은 국내 간판은행인 국민은행의 '입'으로 불리는 김기홍 수석 부행장으로부터 시작됐다.
 
김 부행장은 14일 "고객들에게 수익의 일부를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른 시일 안에 구체적인 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안에는 수수료 인하와 예금 금리 인상 등이 포함되고, 수수료 인하와 예금 금리 인상의 폭과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을 뿐 방향은 이미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현재 관련 각 본부의 부문별로 타당성 여부에 대한 의견을 취합 중이며, 이를 토대로 조만간 전체 공식 회의를 통해 수수료 인하와 수신금리 인상을 확정지을 방침이라고 한다.
수수료 인하는 자기앞수표 발행 수수료나 자동화기기(ATM) 수수료 등 은행 고유 업무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는 물론 펀드 판매 수수료까지 폭넓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이 수수료 인하 및 예금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나섬에 따라, 은행권 전체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구조조정을 통한 대형화로 국민은행이 국내 은행권의 리딩뱅크 위상을 확고히 한 상황에서 국민은행의 은행업 영위와 관련된 조치는 곧 은행권 전체에 대한 시그널로 통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수료를 올릴 때 국민은행이 선두에 섰듯이 내릴 때도 선두일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수수로 인하 방침 발표와 함께, 타 은행들도 자체적인 분석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한편,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은행들이 왜 난데없이 수수료를 내릴 생각을 했을까"하는 의아함도 생길 만하다. 내린 기억이 별로 없으니까 어쩌면 당연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은행의 각종 수수료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인상만 됐지 내린 적은 없다. 당시보다 최고 8배나 상승했고,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24.47%)보다 최고 28배나 급등했다는 통계도 있다.

국민은행이 갑자기 이 같은 방침을 정한 데는 지난해 사상 최대 수익을 내 유례없는 고배당을 실시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특히, 외국인 지분율 상승으로 배당금의 상당부분이 외국인 손에 쥐어졌다는 점이 고객들(국민)의 눈에 그리 곱지 만은 않게 받아 들여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일환으로 은행의 부동산 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 금리 인상에는 적극적이면서 예금 금리 인상에는 미온적이라는 비난까지 받았던 터다.

더 큰 맥락에서 보면, 지난해 은행들의 사상 최대 순이익달성은 경제양극화 심화, 갈수록 힘겨워 지는 서민경제등 수출이외의 국내경제 전반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성과라는 점에서 마냥 내놓고 자랑만 할 입장이 못된다. 구체적으로 지은 죄는 없지만 괜히 미안할 수 밖에 없는 게 은행들의 처지인 셈이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지나친 수익성만 좇는다는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은행들이 공익성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좋지만, "혹시 꼼수가 아니야"하는 또 다른 부정적 여론에 부딪칠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반증도 된다. 
 
이 쯤에 생각이 미치면, 이제 궁금증에 대한 답은 나온 것이나 다름 없다.
은행들이 합리적 분석이나 근거없이 사회적으로 형성된 부정적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그야말로 '생색내기용'으로 수수료 인하 문제를 다루면 안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진지하게 접근해 주면 된다.
은행의 비즈니스는 그야말로 정확하고 꼼꼼한 계산하에 이뤄져야 한다.
혹시라도 만사가 너무나 정치적인 나라의 은행이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비즈니스를 비즈니스로 생각치 않고 '정치적 마인드'로 접근한다면 곤란하다.
주먹구구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 했을 경우, 자칫 나중에 정작 절박한 수수료 인상 요인이 생겼을 때 원만하게 수수료를 올리기 어렵게 만드는 화근이 될 수도 있다. 
합리적 계산이 전제되지 않은 '꼼수'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 가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공인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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