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독물질(OIT)이 무해하다고?
[기자수첩] 유독물질(OIT)이 무해하다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박수진기자] 옥시사태가 잠잠해지나 싶더니 OIT(옥틸이소티아졸론) 논란이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논란을 불러온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제조사(대유위니아·쿠쿠전자·LG전자·삼성전자·청호나이스 등)들은 너도 나도 필터 무상교체를 약속하고 나섰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은 한결같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인체에 유해해서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주장의 근거는 현재까지 OIT의 유해성 여부가 공식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운다. 여기에 환경부가 지난달 27일 OIT 유해성이 낮다고 밝혀, 해당 업체들에게 핑계거리를 제공해줬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OIT는 곰팡이나 균을 억제하기 위해 주로 방부제나 방균제 등에 사용된다. 문제는 이 물질이 최근 가습기 살균제 논란을 일으킨 독성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유사 물질이라는 점이다.

이에 환경부조차도 2014년 '유독물질'로 지정했다. 유독물질로 지정했지만 유해성은 낮다는 식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소비자는 많지 않다. OIT가 독성물질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앞서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옥시 사태는 기업들의 안전불감증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현재까지 잠재적 피해자만 200만명에 달하는 등 피해자 규모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누군가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으며, 한 창 뛰어 놀아야 할 어린 아이는 제 몸 만한 산소통에 평생 의지한 채 살아야만 한다.

옥시 사태는 기업들의 무책임과 정부의 관리소홀로 빚어진 참사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데도 공기청정기·에어컨 제조사들은 환경부의 발표를 핑계 삼아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불안감에 떠는 소비자들의 렌탈 해지를 거부하며 위약금까지 물라며 적반하장식 행태를 보이고 있다.

기자가 만난 주부 A씨(부천)는 "기관지와 폐가 약한 아이를 위해 공기청정기를 쓴지 6개월 좀 안됐다"며 "지난 4월부터 기침이 심해지면서 학교도 못가고 응급실만 들락거리다 결국 폐렴으로 입원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물론 지금 당장 공기청정기와 폐렴의 상관관계를 입증할 마땅한 방법은 없다. 하지만 옥시사태의 피해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이같은 사례를 무심코 흘려보낸 탓이다.

지금이라도 공기청정기·에어컨 제조사들은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정부 역시 투명하고 정밀한 조사를 통해 OIT 유해성 여부를 하루 빨리 입증해야 할 것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