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뱅커 패밀리도 옛 말이죠"
[기자수첩] "뱅커 패밀리도 옛 말이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제 아이들한테는 앞으로 없어지지 않을 직업을 갖게 해주고 싶어요. 뱅커 패밀리도 옛 말이죠." (A 시중은행 직원)

"성과주의 도입과는 별개로 최근 저성과 지점장의 직급을 부짐장으로 낮추는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사실상 나가라는 얘기죠" (B 지방은행 직원)

높은 연봉에 안정적인 고용 보장, 오랜 기간 선망 직종으로 손꼽히던 은행원의 추락한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핀테크(금융+기술)라는 피할 수 없는 경영 난제가 금융권을 덮쳐온지 1년 여. 금융계의 '카카오톡'과 같은 혁신적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한 시중은행들의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가시적 성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지만, 정작 그 중심에 선 은행원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금융당국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발표에 이어, 영업점 업무의 90% 이상이 가능하다는 무인점포 디지털 키오스크가 세상 밖에 모습을 드러냈을 당시 은행원들의 불안감은 충분히 짐작해볼만 하다.

여기에 사람 대신 로봇이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로보 어드바이저의 성과가 우수한 수익률로 검증되고 있다는 소식도 연달아 들려온다. "우린 앞으로 뭘하고 살아야 하나"라는 은행원들의 얘기가 단순히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성과주의' 도입을 저지하는 노조의 강경한 태도도 단순히 밥그릇 지키기로 치부하기 힘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은행 업무의 상당 부분이 핀테크로 대체 가능해질 수 있는 만큼 은행원들이 퇴출 공포에 시달리는 것을 불보듯 뻔하다.

물론 과거 수차례의 산업혁명이 그랬듯 핀테크로 대변되는 금융혁명과 그에 따른 인력구조 변화는 피할수 없는 흐름일 것이다. 은행원 뿐만 아니라 그동안 선망의 대상이 돼온 다양한 직군들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각 은행들이 추진하고 있는 전직지원 프로그램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대규모 퇴출공포가 현실화될 경우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핀테크 채널 만큼이나마 고용충격에 대비한 민간은행 차원의 완충장치가 더욱 다양해지길 기대한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